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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신동주의 망제가(望弟歌)에 숨은 뜻

  • 2019.01.29(화) 15:22

신동주 전 부회장 다섯번째 편지…"설 명절에 만나자"
"사업 이야기 하지 말자"…'형·효도' 강조한 압박 전략

또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안'이었다면 이번에는 '초대'입니다. 두 편지 모두 동생을 향한 형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이 됐다는 옛 전설처럼 동생을 기다리는 형의 마음이 담긴 '망제가(望弟歌)'입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이야기입니다.

연초부터 신 전 부회장의 편지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신 전 부회장이 잇따라 신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신 회장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편지의 내용들은 대부분 표면적으로는 화해의 제스처로 보입니다. 앞선 편지에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게 틀어진 형제관계를 복원하자고 제안합니다. 더불어 경영권 분쟁을 중단하고 롯데그룹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해소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핵심은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분리경영이었습니다. 일봇 롯데는 신 전 부회장 자신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분리해 경영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신 회장은 형의 제안에 "가족이니까 그렇게 해야죠"라고 두루뭉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신 회장은 이미 롯데의 '원 톱'으로서의 지위를 인정 받은 마당에 굳이 신 전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분리경영에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신 회장은 "내가 지분 70%, 100%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지 주총에 돌아와서 본인의 비전, 실적, 전략을 말하고 기존 이사진 등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원 톱'인 신 회장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번 편지는 좀 다릅니다. 제안이 아니라 초대 형식을 빌렸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간의 정을 나눌 수 없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성북동 집(신 전 부회장 자택)에서 열리는 설날 가족 모임에서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가족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단서도 붙였습니다. 그는 "롯데의 신동주로서가 아닌 동빈의 형 동주로서 초대하는 자리”라면서 “사업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며 가족끼리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형제가 다툼을 계속 이어 나가며 아버지께 큰 심려를 끼치고 있다"며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다시 한번 형제가 손잡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효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편지 내용엔 동생을 만나고 싶어하는 형의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동생이 참 야속해 보일 만한 내용입니다. 특히 형제간 다툼으로 아버지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손을 잡자는 내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편지에도 신 전 부회장의 '깊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동빈의 형 동주로서'와 '효도'라는 대목입니다. 한국은 유교문화권입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도와 장자중심제도가 뿌리 깊게 박혀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유독 '형'과 '효도'를 강조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점을 앞세워 은연중에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편지가 지난 네 차례 편지와 뉘앙스가 확연히 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가족애'라는, 누구도 쉽게 거스를 수 없는 정서를 건드리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고도의 계산된 전략인 셈입니다.

더불어 신 전 부회장의 이번 편지로 신 회장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 회장의 입장에선 신 전 부회장의 초대를 받아들일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묘한 상황에 놓인 겁니다.

받아들인다면 신 전 부회장이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신 회장은 형의 화해를 거부했다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여러모로 신 전 부회장에게 유리한 한 수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노리는 것이 또 하나 더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잇따라 편지 공세를 펼치며 시나브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서 완패한 후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편지 공세로 신 전 부회장은 일단 관심끌기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롯데그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의 편지가 실제로 진심일 수도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을 선의를 지나치게 폄하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엔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과 롯데그룹에 낸 생채기의 크기와 깊이가 너무 큽니다. 또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경쟁에서 패배한 이후 보여준 행보를 고려하면 순수하게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에게 편지를 보낸 저의가 어떤 것이든 일단 신 전 부회장의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키(key)는 신 회장이 쥐고 있습니다. 가족애를 앞세운 신 전 부회장의 전략이 통할지 아니면 또다시 실패로 돌아갈지는 전적으로 신 회장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신 회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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