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됐다. 고(故) 신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부터 지속됐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간의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지주는 24일 "고(故) 신격호 창업주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창업주가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이 도쿄 사무실에서 발견됐다"며 "유언장에는 사후에 롯데그룹(한국, 일본 및 그 외 지역)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고 기록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언장에는 이후 롯데 그룹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유지가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 유언장은 고(故)신격호 창업주가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 서명해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창업주 타계 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사무실 및 유품 정리가 지연되다가 최근 정리를 시행하면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언장은 이달 일본 법원에서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신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한국과 일본 양국의 롯데그룹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아울러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오는 7월 1일 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 및 CEO로 선임했다. 츠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직은 유지한다. 이로써 신 회장은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를 직접 이끄는 단일 대표이사 사장이자, 일본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 모두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신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님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신동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안건과 범죄사실이 입증된 자의 이사직을 금하는 정관 변경 요청 등의 주주제안이 표결에 붙여졌지만 부결됐다. 이로써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6차례 걸쳐 진행된 주총 표대결에서 모두 패배하게 됐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주제안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그룹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한 제안임과 동시에,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룹의 준법경영을 이끌기 위한 기본적인 요청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또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일본 회사법 854조에 의거 해당 사안에 대한 소송 진행도 고려 중으로, 향후 롯데그룹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유언장을 통해 후계자를 신 회장으로 지목한 만큼 신 전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 회장의 롯데그룹 경영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내비쳐왔다. 한때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서 일본 롯데는 자신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경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계속된 공격에도 불구, 한국과 일본 롯데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경영권을 공고히해왔다. 특히 이번 유언장 공개와 더불어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최근 보유하고 있던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정리해 약 1조원에 가까운 실탄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반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언장 공개와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으로 게임은 거의 끝났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어떤 카드로 대응할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