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말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새 운영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돼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사드보복으로 면세점들이 고전하는 상황이라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면세점시장 위축으로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코엑스점이 강남의 노른자위인 만큼 도전장을 낼 곳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롯데, '수성(守城)' 나선다
롯데는 무조건 코엑스점을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비록 면세점 업계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코엑스점을 잃는다면 롯데에게는 큰 타격이다. 롯데는 서울 강남권에 잠실(롯데월드타워 면세점)과 삼성동(코엑스점)을 두 축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코엑스점의 경우 인근 호텔 투숙객 수요가 많다. 또 도심공항터미널과 카지노 등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면세품을 구입하는 곳이다. 입지 조건도 고객 유인요인도 좋다. 물론 공항면세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 단위:%, *2017년은 1월~9월. |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올해(1월~9월) 매출이 전년 같은기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중국 사드보복이라는 뜻하지 않는 악재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몇년동안은 매출 성장세가 컸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 신장률이 크게 높아졌는데 당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영업이 정지되면서 수요가 코엑스점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남에 수요가 있다는 의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엑스점의 경우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곳으로 올해에도 적자는 나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특허 입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 경쟁기업들은 '신중'
롯데와 달리 다른 기업들은 신중하다. 면세점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국내 1위 면세점업체인 롯데면세점조차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6.8%나 감소했다. 따라서 지난 2015년과 2016년 치열했던 면세점 확보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면세점 경쟁자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 중소·중견 면세점인 탑시티의 경우 특허를 확보해놓고도 오픈을 연기한 상태다. 면세점 운영에 고전하고 있는 두산 등 여타 업체들도 특허 경쟁에 뛰어들기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업계 관계자는 "작년 신규 특허를 받은 서울 시내면세점 4곳중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제외하고는 아직 한 곳도 매장을 열지 못한 상황에서 특허입찰 참여는 언감생심일 것"이라며 "이번 코엑스점 입찰은 롯데 단독으로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에 기반이 취약한 HDC신라면세점을 주목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이 코엑스점을 차지할 경우 서울 강남 지역에서 롯데와 경쟁이 가능해진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입찰 공고를 면밀히 살펴보고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 새 면세점 개선안 효과 볼까
이번 코엑스면세점 입찰은 새롭게 바뀐 면세점제도가 적용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관심이다. 정부는 지난달 면세점 특허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1차 개선안을 내놨다. 이번 입찰부터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인 관세청장을 제외하고 전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들은 총 4개 전문 분야별로 25명씩 100명 내외로 구성되며 그 중 전문 분야별로 6명, 위원장 1명 등 총 25명 이내로 무작위 추출해 특허심사위원회 회의가 진행된다. 위원회는 심사에 참여한 평가위원 명단, 평가지침, 기업별 평가 결과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이번 코엑스점 특허권 입찰 결과를 보면 향후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다만 단독 입찰이 될 경우 면세점 제도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가 참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현 상황만 봐서는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면세점 개선안을 만드는데에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입찰 공고가 늦어졌고 그만큼 업체들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여기에 업황까지 좋지 않아 여러모로 코엑스 면세점 입찰은 흥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엑스점 특허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은 다음달 20일까지 서울세관에 특허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