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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복지부-식약처 '가재는 게 편'

  • 2019.07.26(금) 09:42

복지부, 69개 제약사에 발사르탄 사태 손실금 21억원 청구
안전한 의약품 공급의무 소홀히 한 식약처도 책임 물어야

가재는 게 편이라 했던가. 본인의 잘못은 묻어두고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얘기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의 원료의약품에서 불순물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 및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발사르탄 제제는 노바티스의 오리지널 의약품 '디오반'의 주성분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의약품(제네릭) 뿐만 아니라 다른 성분을 더한 복합제까지 내놓은 터라 당시 판매 중단된 품목만 무려 총 82개 제약사의 219품목에 달했다.

식약처는 이후 중국에서 수입한 고혈압치료제 원료의약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은 일부 품목들은 판매중지 처분을 취소했다. 판매금지 대상인 치료제를 이미 처방받은 환자들에겐 재처방 및 재조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의약품 재처방 및 재조제에 따른 추가 재정지출 파악에 나섰고, 최근 제약사 69곳을 상대로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물론 발사르탄 사태는 원료의약품의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약사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이미 수입한 원료의약품의 전량 폐기에 따른 부담과 함께 판매 중지로 인한 매출 감소를 떠안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업별 배상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가장 큰 대원제약이 2억2200만원 정도고, 절반에 달하는 30여개사는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제약사들에만 책임을 묻는다는 데 있다. 제약사들의 잘못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배상금액을 떠나 책임을 따질 거면 분명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낭비하지 않도록 건전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관리·운용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보험 재정을 불필요하게 지출한 근본 원인과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의약품 허가당국인 식약처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식약처는 오는 2020년 9월 30일부터 의약품 허가 신청 시 유전독성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연물질 및 금속불순물에 대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을 지난 4월 부랴부랴 개정했다.

인보사 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허가 당국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없이 뒤늦게 세포치료제 허가 신청 시 유전자 검사법인 STR 검사를 의무화했다.

제약사는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면서 품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반면 그다음 단계에서 철저하고 까다로운 심사와 허가 과정을 통해 확실하게 품질이 확보된 안전한 의약품을 국민들에게 공급해야 할 의무는 식약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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