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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왜 지금 '생수 전쟁'일까

  • 2019.10.01(화) 08:30

유통 '온라인 vs 오프라인' 집객 '대표 상품'
침체한 국내 식품시장서 이례적 급성장 주목

사진=이마트 제공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일제히 '초저가 생수'를 내놓으면서 주목받았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2리터 6개들이 한 묶음에 1500원대에서 1800원대까지 팔았으니 정말 놀라운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식품업체들이 너도나도 생수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기존 광동제약의 삼다수와 롯데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이 이끌던 시장에 LG생활건강과 오리온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도전장을 내밀려 하고 있습니다.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기준 1조 2000억원가량으로 전년보다 10% 늘어났다고 합니다. 시장이 크고 있는 건 맞는데, 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 의아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지금 생수시장에 국내 유통업체들과 식품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걸까요.

우선 대형마트 3사가 내놓은 생수 가격에 '힌트'가 있습니다. 이들은 2리터 6개들이 한 묶음을 대략 18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업체들끼리 누가 '최저가'냐를 두고 10원 단위의 경쟁을 하긴 했지만, 사실 이들이 진짜 겨냥한 것은 대형마트 경쟁사가 아니라 바로 '온라인 업체'들이라고 합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쿠팡이나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같은 용량의 상품들을 3000원 안팎에 팔고 있는데요. 이보다 훨씬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게 이번 '초저가 경쟁'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겁니다.

생수는 생필품이지만 직접 구매해 들고 다니기에는 다소 무겁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매장에서 들고 오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송받는 게 훨씬 편한 상품인 겁니다.

이에 따라 생수는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넘어간' 대표적인 상품으로 여겨집니다. 예전에는 주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생수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같은 가격이라면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주문해 집 앞으로 배송받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겁니다.

생수는 아울러 다른 상품들의 쇼핑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이른바 미끼상품인 건데요. 생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보통 다른 상품도 함께 같은 곳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커머스 업체에서 생수를 구매하는 김에 아예 장을 봐버리는 이들이 많아지니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최근 다양한 제품을 파격 할인하는 '가격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초저가 생수'는 그중에서도 더 특별한 상품인 겁니다. 마진을 깎아가면서 생수 가격을 내린 것은 온라인 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자 더 이상 소비자들을 뺏기지 않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사진=홈플러스 제공

물론 생수시장 자체가 빠르게 크고 있다는 점도 대형마트 업체들이 생수 경쟁에 나선 중요한 이유입니다. 생수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다른 한쪽에서 식품업체들이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최근 한목소리로 '불황'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게 드물다'라고 하소연하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잘 되고 있는 게 바로 가정간편식(HMR)과 생수시장이라고 합니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생수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겁니다.

생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의 기회가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생수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시장의 엄청난 크기를 고려하면 생수 제조업체 입장에선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본업'으로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오리온(제과)과 LG생활건강(화장품)이 생수산업에 뛰어든 것도 아마 이런 기회를 노린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초저가 생수를 통해 '생수를 사려면 대형마트로 가야 한다'라는 기존 이미지를 재구축하고 싶어 합니다. 이미 온라인 채널에 소비자들을 뺏겨 궁지에 몰린 대형마트들의 의지는 굳건해 보입니다.

식품업체의 경우 점점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생수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누구도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뜨거워진 국내 생수시장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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