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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아프리카 돼지열병, 어떻게 잡을 것인가

  • 2019.10.14(월) 14:13

≪아프리카 돼지열병≫
김현일 著, 바이오스펙테이터 刊

국내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와 축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ASF 발병을 공식 발표한 중국에서는 이미 1억 마리가 넘는 돼지가 사라졌고, 피해 금액만 1400억달러, 한화로 168조원에 달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일본에서 유입된 구제역 바이러스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당시 국내에서만 소 16만 마리, 돼지 336만 마리가 폐사 및 살처분됐고, 보상비로만 약 1조8000억원이 들어갔다. 이 악몽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발빠른 대처가 시급하다.

신간 ≪돼지열병≫은 '과학자의 글쓰기'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과학자의 시선에서 ASF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아프리카 풍토병이 한국에까지 오게 된 사연, 대처방안 등을 폭넓게 담고 있다. 다급한 사안인 만큼 이 책은 기획부터 발간까지 1주일 만에 뚝딱 이뤄졌다.

먼저 1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야생 멧돼지 ASF 감염 사례와 함께 체코에서 실시했던 야생 멧돼지 포획 전략을 소개한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 한 돼지농가의 폐사한 돼지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인됐다. 이후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에서 잇따라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야생 멧돼지는 활동 반경이 넓어 바이러스를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체코가 야생 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통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병한 지 2년 만에 청정국가로 거듭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북한 접경지역(DMZ) 위주로 야생 멧돼지 포획에 나선 상태다.

2~4장은 아프리카와 포르투갈, 조지아, 중국, 북한 등 세계 각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증상과 원인 등을 분석한다. 옛 소련 연방이었다가 독립한 동유럽 국가 조지아에서는 2007년 6월 5일 ASF가 확인됐다. 이어 6개월 후 국경을 맞대고 있던 러시아에서 ASF 발병이 확인됐다. 당시 조지아에서 러시아로 전파한 매개체로 야생 멧돼지를 추정했다. 활동 범위가 넓은 야생 멧돼지가 ASF를 전파하기 시작하면 통제가 어렵다.

또 ASF의 주요 징후로 양돈학에서는 피부 청색증, 피부 출혈, 구토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ASF 사태에서 실제로 이런 증상이 발견된 사례는 적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한 다양한 대처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무조건적인 살처분보다는 ASF의 질병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대책을 제시한다. ASF 바이러스는 살코기에서 105일, 냉동육에서 1000일까지도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긴 ASF는 살처분 이후에도 돼지 사체에 오랫동안 바이러스가 살아 있을 수 있다. 숙주가 죽으면 함께 죽는 구제역과 달리 ASF는 자칫 뒤처리를 잘못하면 침출수 등으로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지난달 환경과학원이 하천수를 검사한 결과 바이러스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충분한 양을 검사해 볼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48시간 동안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스탠드스틸이 ASF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 유용하다고 강조한다. 스탠드스틸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이동을 제한하는 기간에 모든 축산 관련 차량과 도축장이 완벽하게 세척, 소독, 건조가 이뤄져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 역시 한 도축장에서 특별한 증상 없이 죽어있는 돼지를 발견하고 해당 지역의 동물 이동을 최소 48시간 통제했다. 질병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군 단위 규모 지자체에서 지역 수의책임자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아울러 저자는 사육 돼지가 식욕이 줄어들고 발열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국에 신고하도록 당부한다. 농장 방문일지가 잘 정리돼 있지 않거나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등재하지 않은 경우 농장주는 살처분 보상 비용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신고를 주저한다. 이에 신고를 주저하지 않도록 정부와 유관 협회가 농장주에게 신고 접수를 독려하고 여러 방안으로 보상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는데다 한 번 걸리면 치사율 100%에 이르는 심각한 동물 전염병이다. 이 바이러스가 확산할 경우 돼지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돼지고기 가격의 불안정을 불러온다. 제2의 구제역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에 나서야 할 때다.

저자 김현일은 동물질병진단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옵티팜의 대표로, 한돈 양돈수의사회 아프리카 돼지열병 비상대책센터장을 맡고 있다. 앞서 '돼지써코바이러스 연관 질병(PCVAD)에 대한 올바른 이해' 책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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