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장이 부하직원의 뺨을 때린다. 고객이 종업원에게 음식을 집어던진다. 하청업체 직원에게 잔심부름을 시킨다. 우리는 이런 행위들을 '갑질'이라 부른다.
갑질은 신분이나 직위, 직급, 위치, 조건, 상황 등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마디로 '지위의 남용'이다.
갑질은 왜 반복되는가. 잘못된 행동이란 인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갑은 자신의 행위를 '다들 그렇게 한다', '업계 관행이다'라는 말로 정당화한다. 우리 사회도 같은 이유로 갑질을 묵인해왔다.
갑질의 심각성은 당해본 '을'만 안다. 하지만 을은 힘도, 목소리도 약하다. 을은 눈물도 소리를 죽인 채 흘려야 한다. 그래서 갑질 문제 해결은 그 심각성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데서 시작한다. 마침 갑질 현상에 대한 분석과 함께 자아비판과 성찰이 담긴 책이 나왔다. 이철환 저 <'을'의 눈물>(사진).
책은 총 5장으로 나눠 대한민국 갑질 행태를 파헤친다. 1장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갑질의 개념과 형태, 이를 막으려는 제도적 장치를 소개한다. 2장에서는 갑질 문화의 형성 배경을 낱낱이 파헤쳐 들어간다.
3장에서는 우리가 뉴스로 혹은 주변의 이야기로 만나게 된 대한민국 갑질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본다. 4장은 벼랑 끝으로 몰린 을의 눈물을 비추며 치유를 논한다. 마지막 5장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갑질 처방전'이다. 암처럼 번진 갑질을 벗겨낼 방법을 이야기한다.
갑질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는 우리 앞에 놓인 시련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가 갑질을 깨고 나와 한 단계 성숙하기를 바란다.
저자 이철환은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뒤에는 한국거래소와 한국금융연구원,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단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과천종합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중년 예찬>,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이 있다.
[지은이 이철환/펴낸곳 도서출판새빛/25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