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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쉬운 CJ프레시웨이

  • 2019.12.02(월) 11:31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 불발…결국 VIG파트너스 품에
실탄 부족에다 그룹 차원의 M&A 전략 변화로 '좌절'

6개월 만에 끝이 났습니다. 참 지지부진한 과정이었습니다. 협상 테이블이 수없이 차려졌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외식사업부 매각 이야기입니다.

지난 6개월간 진행된 한화 외식사업부 매각이 성사됐습니다. 통상적으로 한 기업의 M&A에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은 흔한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회 외식사업부 매각건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참 지난했습니다. 한화 외식사업부를 인수키로 한 곳은 그동안 수없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CJ프레시웨이가 아닌 VIG파트너스였습니다.

VIG파트너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입니다. 당초 한화 외식사업부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거론되지 않았던 곳입니다. 그랬던 곳이 갑자기 급부상하면서 결국 한화 외식사업부를 인수하게 됐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VIG파트너스의 전신은 '보고펀드'입니다. 지난 2005년 국내 처음으로 PEF의 문을 연 곳입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보고펀드는 대표적인 바이아웃(기업인수 후 매각) 전략을 펼친 경영참여형 펀드였습니다. VIG파트너스는 보고펀드의 바이아웃 사업 부문이 분리돼 만들어진 곳입니다. 변 대표는 현재 VIG파트너스의 고문으로 있습니다.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노비타를 비롯해 아이리버, 비씨카드 BKR(버거킹) 등을 사들이며 성공 가도를 달렸습니다. 특히 노비타와 비씨카드의 경우 대박을 터뜨린 인수건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보고펀드도 뼈아픈 실패를 경험합니다. 지난 2007년 인수한 LG실트론의 엑시트에 난항을 거듭하면서 급격히 무너집니다.

결국 보고펀드는 2016년 바이아웃 부문을 분리한 VIG파트너스와 보고인베스트먼트로 나뉩니다. 이후 VIG파트너스는 중소·중견기업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삼양옵틱스, 바디프랜드, 윈체, 하이파킹, 좋은라이프, 오토플러스 등에 투자해 엑시트에 성공했거나 투자 중입니다. 이번에 한화 외식사업부를 인수한 곳도 VIG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식자재 유통회사 윈플러스입니다.

윈플러스는 중소형 식당 점주 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트를 운영하며 PB제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화 외식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소형부터 대형까지 식자재 유통 전반을 아우를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를 통해 윈플러스는 단숨에 업계 수위업체로 점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에 공을 들여왔던 CJ프레시웨이는 왜 발을 뺐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CJ프레시웨이는 발을 뺀 것이 아니라 '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듯싶습니다.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에 그 누구보다도 의지 강했던 만큼 CJ프레시웨이로선 무척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 셈입니다.

처음 한화 외식사업부가 매물로 나왔을 딩시 CJ프레시웨이는 시너지 측면에서 다른 경쟁 후보들보다 우위에 있었습니다. 비슷한 업태를 영위하고 있는 데다 한화 외식사업부가 갖고 있는 컨세션 사업 등에 대한 전망이 좋았기에 CJ프레시웨이가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다만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실탄'이었습니다.

한화와 CJ 모두 시너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화가 원하는 가격과 CJ가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너무도 컸습니다.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든 곳들은 CJ프레시웨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PEF였습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인수 자금 측면에서 CJ프레시웨이보다는 PEF들이 더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전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본입찰 일정이 계속 연기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는 인수전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하는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매도자와 인수 희망자들 사이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는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이 없어졌습니다. 이때만 해도 한화 외식사업부 매각은 물 건너간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또 반전이 있었습니다. 한화와 CJ는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대신 물밑에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만큼 서로를 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는 자금을, CJ는 시너지를 원했습니다. 한화는 CJ가 부담스러워하자 매각 대상에서 일부를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곳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사업 등을 제외하고 분사시킨 식자재 유통 및 단체급식 부문입니다.

그럼에도 CJ프레시웨이는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실탄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CJ프레시웨이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364억원 규모입니다. 따라서 한화가 원하는 매각가를 맞추려면 그룹 혹은 외부에서 자금을 융통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CJ그룹의 사정이 넉넉지 않습니다. 결국 외부에서 끌어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CJ프레시웨이의 주력 사업 중 하나는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입니다. 이 사업들의 경우 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따내는데 이때 재무 안전성이 주요 평가항목에 들어갑니다. 특히 관공서의 경우 재무 안정성 지표는 사업자 선정에 있어 무척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됩니다. CJ프레시웨이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CJ프레시웨이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451.1%입니다. 이미 경쟁사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를 위해 외부에서 차입할 경우 재무 건전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CJ프레시웨이가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를 주저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CJ그룹의 상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미국 쉬완스를 인수한 이후 재무적인 압박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CJ그룹은 내부적으로 이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데 전력투구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상황입니다. 이처럼 CJ프레시웨이의 M&A건에 대한 그룹 내부의 시선이 바뀐 것도 한화 외식사업부를 인수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CJ프레시웨이는 그토록 원했던 한화 외식사업부를 VIG파트너스에 빼앗기게 됐습니다. VIG파트너스는 한화와 CJ의 협상이 결렬되자 재빨리 인수 의사를 밝혔고 매각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CJ프레시웨이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것인 VIG파트너스가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를 위해 제시한 금액이 CJ프레시웨이가 고민했던 금액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CJ프레시웨이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렸다"면서 "내부적으로도 무척 아쉬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M&A 시장은 참 냉정합니다. 시너지가 크다고 해도 결국 실탄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CJ프레시웨이엔 이번 인수전이 무척 속 쓰린 기억으로 남게 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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