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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미키 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2020.02.12(수) 15:47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아카데미 작품상 무대 인사 논란
10여 년 간 봉준호 감독 지원…'자격 있다 VS 결례' 공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온 나라를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면서 봉 감독은 물론 한국 영화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봉 감독이 아카데미상의 대미를 장식했던 작품상을 수상할 당시 장면은 연일 각종 매체를 통해 재생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장면에서 다소 낯선 사람이 한 명이 등장합니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가끔씩 언론 등을 통해 사진이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민 적은 찾아보기 힘든 인물입니다. 봉 감독이나 작품에 등장했던 배우들은 눈에 익어 반가웠지만 다들 '저 사람은 누구지?'하셨을 겁니다. 그 사람은 바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입니다.

이 부회장의 영문 이름은 '미키 리(Miky Lee)'입니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손녀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은 왜 작품상 수상 당시 무대에 올랐을까요? 그리고 이 부회장은 도대체 영화 '기생충'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을까요? 외신들도 그의 등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 부회장의 인사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기서 당신이 왜 나와?'라는 반응입니다. 이 부회장은 영화 기생충에서 CP(책임 프로듀서)를 맡았습니다. 기생충의 엔딩 크레딧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그가 기생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그도 이 영화의 성공에 한몫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회장은 사실 영화 기생충의 투자자입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봉준호 감독을 지원해왔습니다. 10여 년 전 봉 감독의 작품 '마더'때부터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당시 마더는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후로도 봉 감독의 작품을 지원했습니다. 봉 감독의 작품 대부분을 CJ ENM을 통해 투자 및 배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봉 감독의 작품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도 이 부회장의 지원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기생충은 봉 감독과 이 부회장의 컬레버레이션의 빛을 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J ENM은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와 125억원 규모의 기생충 제작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대부분의 제작금을 지원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CJ그룹은 국내 최대 문화콘텐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각종 문화 관련 사업들을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그 핵심 인물입니다. CJ ENM을 통해 영화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 부회장입니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이 국내 문화 산업에서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를 우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CJ그룹이 국내 문화 산업 발전에 기여한 여러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 부회장의 봉 감독에 대한 지원은 자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6월 아카데미상 후보작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경영진 파트에 신규 회원으로 위촉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영화 산업 분야에 막강한 인맥을 구축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인맥을 발판 삼아 영화 기생충의 해외 홍보를 진두지휘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해외에서 인정받으려면 각고의 노력과 다양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를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지원하면서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따라서 기생충의 성공에는 이 부회장의 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가 아카데미상 시상식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토록 감격스러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꼭 그렇게 전면에 나서서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했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듯합니다. 이 부회장의 무대 인사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표합니다. 지금까지처럼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고 시상식에서도 굳이 마이크를 잡지 않고 뒤에만 서 있었다면 그간의 지원과 노력이 더 빛을 발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합니다.

사실 아카데미 작품상 시상식에선 해당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이 올라가 마이크를 잡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번에도 제작을 맡았던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봉 감독은 작품상 수상 이전에 이미 세 번에 걸쳐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기에 그 기회를 이 부회장에게 줬습니다. 이를 두고 관례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회장의 등장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그동안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의 투자사들 대표는 왜 올라오지 않았느냐"라고 항변합니다. 관례를 깨면서까지 이 부회장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들의 이런 항변도 일리는 있습니다. 축제의 장에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될 그가 감독의 소감 기회까지 차지했다고 본다면 이 부회장의 행동은 과도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합니다.

이 부회장의 행보가 논란이 되자 결국 바른손이앤에이의 곽 대표가 직접 나섰습니다. 곽 대표는 SNS를 통해 "혹시라도 작품상을 받으면 제 다음 순서로 이미경 부회장님 소감을 듣기로 우리 팀끼리 사전에 정해뒀다"면서 "생방송이고 마지막 순서라 언제 커트 될지 모른다고 들어서 저는 일부러 소감을 최소 길이로 준비해 빨리하고 순서를 넘겨드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제작진에겐 다 계획이 있었던 겁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이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고마웠을 겁니다. 봉 감독도 10년이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믿어주고 지원해준 이 부회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라도 이 부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뜻은 잘 전달이 된 듯합니다.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환한 웃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니까요. 그도 매우 기뻤을 겁니다.

이 부회장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행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때문에 봉 감독과 기생충을 제작한 스태프, 배우들이 그동안 들여왔던 노력이 빛을 잃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논란은 논란일 뿐 정답은 없습니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지금은 봉 감독의 기생충이 거둔 쾌거와 그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도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 뒤에는 그동안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CJ그룹과 CJ ENM이 큰 힘을 보탰다는 점입니다. 이번 논란이 없었다면 이 부회장이 그동안 기생충의 성공을 위해 어떤 행보를 해왔는지, 봉 감독을 어떻게 지원해왔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을 겁니다. 이 부분만큼은 논란과 별개로 분명히 칭찬받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일 영화 기생충의 투자자가 이 부회장이 아닌, CJ그룹이 아닌, 우리가 전혀 몰랐던 인물 혹은 기업이었다면 이런 논란이 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아마 오히려 더욱 주목받고 칭찬받지 않았을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무대에 선 사람이 미키 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여러분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셨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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