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은 국내 유통 및 식음료 산업을 일군 산증인이다. 현재까지 생존해있던 유일한 재계 창업 1세대이기도 했다.
롯데그룹과 SD코퍼레이션은 19일 오후 4시 29분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신 명예회장은 지난 18일부터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됐으며 19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장례는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기 위해 그룹장으로 진행한다. 명예 장례위원장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맡기로 했다. 장례위원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다.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가족 및 롯데그룹 주요 임원들은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 향후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2일 오전 6시다. 영결식은 오는 22일 오전 7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식품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 롯데그룹을 재계 5위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1921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갖은 고생 끝에 1948년 ㈜롯데를 설립,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일본에서 껌으로 성공한 신 명예회장은 제과로 사업분야를 확대하면서 일본 내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이후 고국인 한국으로 눈을 돌려 롯데제과를 필두로 유통, 식품, 화학, 건설, 관광 등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신 명예회장은 특히 관광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평소 그는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만큼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호텔, 면세점 등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또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지어 한국의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오랜 기간 노력 끝에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신 명예회장 개인은 물론 오너 일가와 롯데그룹 전반에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은 건강 악화 등이 겹치면서 결국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이후 건강이 계속 악화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신 명예회장의 형제로는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