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바이오의약품이 차세대 치료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구개발이 한창입니다.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도 첨단바이오의약품입니다. 하지만 인보사는 지난해 주성분인 신장세포를 관절세포로 오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허가가 취소됐죠.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부는 안전장치로 법적 규제체계를 마련했는데요. 바로 지난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첨단재생바이오법)’입니다.
◇ 원료 채취‧처리‧사용 분야별 업종 허가 필수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 세포치료제 ▲ 유전자치료제 ▲ 조직공학제제 ▲ 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 ▲ 이종이식제제 ▲ 이종이식융복합제제 등으로 구분됩니다. 백신과 바이오시밀러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일반 바이오의약품에 속합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은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안전에 대한 관리 강화와 신속한 제품화가 핵심입니다. 먼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종이 신설됐습니다. 세포처리시설, 인체세포 등 관리업, 제조업, 위탁제조판매업 등입니다. 기존에는 관리업 허가 없이 의약품 제조업자가 원료를 채취 및 처리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관리업자로 허가한 곳만 인체세포 등 원료를 채취‧처리‧공급할 수 있습니다. 인체세포 등 원료는 사람이나 동물의 줄기세포·조혈모세포·체세포·면역세포 등의 세포 또는 조직, 동물의 장기 등이 포함됩니다. 세부적으로 인체세포 등 관리업자는 세포‧조직 기증자의 병력조사 등 적합성 평가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또 기증자를 추적할 수 있는 식별표시도 의무화됐습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한 번 허가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세포처리시설, 인체세포 등 관리업, 제조업, 위탁제조판매업 모두 3년마다 허가를 갱신해야 합니다.
◇ 장기추적조사 의무화·제품개발에 속도
의약품 부작용 관리를 위해 장기추적조사도 전면 의무화됐습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취급하는 의사, 약사 등은 환자의 동의를 받아 환자의 인적사항과 투여내역을 7일 이내에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센터'에 등록해야 합니다. 업체는 장기추적조사 결과를 센터에 보고해야 합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최초로 판매‧공급한 날을 기준으로 매년 보고해야 합니다. 대상별로 최소 5년에서 최대 30년간 장기추적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중대한 이상사례 발견 시에는 알게 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등록해야 합니다. 추적조사 결과에 따라 임상시험 중지 및 판매 중단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만약 첨단바이오의약품 투여 또는 판매‧공급내역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1차 위반시 300만원, 2차 위반시 500만원, 3차 이상 위반시 7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신속한 제품 개발을 위한 제도도 마련됐습니다. 크게 ▲ 맞춤형 심사 ▲ 우선 심사 ▲ 조건부 허가로 나뉩니다. 심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신속처리 신청을 통과해야 합니다. 신속처리 대상은 희귀질환 등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맞춤형 심사는 개발자가 품목허가를 신청하기 전 개발 과정별로 품목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나누어 제출해 미리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우선 심사는 신속처리 대상이 아닌 의약품 보다 우선 품목허가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2상 자료를 바탕으로 먼저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관리로 한 단계 성장
우리나라의 첨단바이오의약품 제도 정립은 해외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은 편입니다. 유럽은 2007년, 일본은 2013년, 미국은 2016년에 바이오의약품 관련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개발에서 성과를 속속 내고 있죠.
현재 국내 첨단바이오의약품 중 가장 활발한 분야는 세포치료제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받은 세포치료제는 총 47개 품목에 달합니다. 이 중 우리나라는 녹십자셀, 메디포스트, 테고사이언스, 안트로젠 등 다수 업체들이 총 16개 품목에 대해 허가를 받은 상태죠.
그동안 국내 관련법은 합성의약품 중심이었습니다. 합성의약품과 달리 인체세포 등을 원료로 한 바이오의약품은 감염과 오염 위험이 높습니다. 이미 다수 세포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상황에 이제야 관련법이 정립됐다는 건 그만큼 안전성에 취약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규제가 분명하지 않았던 시기에 허가받은 16건의 세포치료제도 현행 제도에 맞춰야 합니다. 해당 바이오기업들은 ‘첨단재생바이오법’ 기준에 맞춰 신설된 업종 허가 준비, 시설 점검 등 전면 재정비 태세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까다로워진 조건만큼 허가 유지 여부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죠.
반면 국내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수준은 한 단계 올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원료 채취부터 판매 이후 투여환자까지 전주기 안전관리가 이뤄지게 됩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관리체계가 까다로워진 만큼 안전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 신속처리 제도를 통한 개발기간도 기존 12~15년에서 8.5~10.5년으로 최대 3.5~4.5년 단축될 전망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도 정비는 해외 국가들 보다 조금 늦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국내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