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싱가포르 소재 바이오기업 주니퍼바이오로직스에 7234억원(약 5억8718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기술수출(License Out)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바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TG-C)'인데요.
주니퍼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을 제외한 일본 등 아시아 지역과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TG-C에 대한 연구, 개발, 상업화의 독점권을 20년간 갖게 됩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TG-C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지원과 제품 공급을 담당하고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기술수출 소식은 호재이지만 계약해지, 기술반환 등에 대한 우려로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는 냉랭합니다. 반면, 이번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는 기술수출로 두 개의 악재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국내 허가취소 '인보사'…글로벌 시장서 재기 '기대'
첫 번째로는 국내에서 허가 취소된 '인보사'의 재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제1액, 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제2액, TC)를 3:1의 비율로 섞어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골관절염 치료제입니다.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19년 동안 약 1100억원을 투자해 개발했고 국내에는 2017년에 출시됐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던 도중 관절세포인 줄 알았던 제2액이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허가자료 조작' 등의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출시 2년 만인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국내 품목허가를 취소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를 상대로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응에 나섰는데요. 소송 1심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패소하면서 항소를 제기,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허가 자료와 실제 세포기원 등이 다른 만큼 코오롱생명과학이 승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인보사의 기술수출 계약이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꺼진 불인 줄 알았던 '인보사'의 불씨를 글로벌 시장에서 되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면 국내에서 재허가를 추진할 수도 있고요.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73억달러(약 9조원)으로, 4000억원 대인 국내 시장의 20배 이상에 달합니다.
3년째 거래중지 '코오롱티슈진'…거래재개 기대감도
현재 거래중지 상태인 코오롱티슈진의 회생 가능성 또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관계사로, 인보사의 미국 현지 임상시험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은 거래가 중지된 3년간 개선기간 부여와 상장폐지 결정이 반복됐는데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마지막 심사였던 지난 2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 결과 판단보류(심의속개)를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무릎 골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이 재개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죠. 여기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고관절 골관절염 임상2상 시험계획서를 허가받으면서 적응증 확대도 준비 중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기술수출에 따른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50억원 중 75억원을 받게 됩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미국 임상 진행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확보하게 된 셈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의 최종 상장폐지 여부는 오는 8월 31일에 심의, 결정될 예정입니다.
미국 임상3상 재개로 인보사의 안전성 우려는 해소됐고 이번 기술수출로 '인보사'의 가치도 재평가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은 오는 2025년 완료될 예정인데요. 앞으로 남은 3년이 인보사와 코오롱티슈진의 재도약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