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로 인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밝혀지면서 취소됐던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을 물고 임직원들은 징역형에 처할 위기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일본 제약기업 미쓰비시다나베와의 ‘인보사’ 기술수출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지난 8일 패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지난 2018년 미쓰비시다나베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제기한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약 43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금액은 계약금 25억 엔과 2016년 12월 22일부터 지급일까지 6%의 이자, 손해배상 1억 3376만8868엔, 2018년 4월 28일부터 지급일까지 5%의 이자, 소송비용 790만 775달러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ICC는 판결 사유에 대해 “인보사에 대한 라이선스계약은 연골유래세포임을 전제로 체결됐으나 인보사가 293 유래세포로 밝혀졌다”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받은 임상중단 서한(clinical hold letter) 관련 내용이 라이선스계약 체결 과정에서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쓰비시다나베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 금액은 자기자본 1010억 원의 43%, 시가총액 3041억 원 대비 14%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인보사 피해환자들이 제기한 25억 원 규모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연간 인보사 투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장기추적조사로 연간 13억 원(15년간 총 200억 원)이 지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보사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에 대한 검찰 구형도 나왔다. 검찰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조모 이사와 김모 상무에게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상무는 신약 개발을 총괄하는 바이오신약연구소장, 조 이사는 임상개발팀장이다. 이들은 정부 허가를 받기 위해 인보사의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의 선고 공판은 내달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를 허가받을 당시 주성분을 동종유래연골세포로 밝혔다. 그러나 미국 임상3상 진행 과정에서 주성분이 신장유래세포로 확인되면서 지난 2019년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허위 자료로 허가를 받았다고 판단, 이우석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현재 이 대표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대규모 자본 지출과 회사 임직원들의 소송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계는 이미 국내에서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데다, 자본까지 흔들리고 있어 차기 신약 개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대표 품목이자 주요 수입원이었는데 허가 취소로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자본까지 빠져나가게 된 상황”이라며 “부족한 자금으로 미국에서 임상3상 재개를 준비 중인 인보사의 재기뿐만 아니라 그 외 신약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