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유통업계의 마케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MZ세대'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다만 이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MZ세대로 불리지는 않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면서 최신 트렌드와 남들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이 유통업계의 주요 공략대상이다.
유통업계가 MZ세대를 주목하는 것은 '구매력'때문이다. 언택트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반면 MZ세대는 코드만 맞는다면 기꺼이 소비에 나선다. 경기의 호황·불황은 업계가 통제할 수 없지만 MZ세대의 코드를 찾는 일은 가능하다.
◇ 캐릭터에 개성 투영…굿즈마케팅 성공 포인트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화'다. 베이비부머 등 예전 세대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익숙하다. 획일화된 제품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업체도 정형화된 상품을 계속 공급했다. 그래도 소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MZ세대는 다르다. 3차 산업혁명이 시작하던 시기에 태어나 4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발달된 기술을 습득하는 세대다. 평범한 것은 거부하고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크다.
이를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마케팅은 '캐릭터'다. 제품만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는 각 제품에 MZ세대에게 통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캐릭터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제품의 외관만 비슷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마다 스토리를 부여하고 이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해간다.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는 해당 캐릭터와 소통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고 이런 호감이 제품의 소비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빙그레의 '빙그레우스'다. 빙그레우스는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 빵또아 등 빙그레의 대표상품으로 치장한 캐릭터다. 빙그레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은 지난 2월 24일 이후 총 117개의 스토리를 업로드하면서 매번 빙그레우스를 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빙그레우스와 주변 캐릭터를 소개하고 꾸준히 빙그레 제품을 홍보하며 OST도 만들었다.
세계관 구축이 이뤄지는 동안 소비자들은 빙그레우스에 탐닉했다. 지난 8월에는 빙그레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3분짜리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공개했다. 조회수는 650만 회가 넘고 리플은 7000개나 넘었다. 인스타그램에 스토리가 올라올 때마다 '전하'를 외치며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리플이 수천개씩 달렸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관련 마케팅을 반년이 넘게 진행하면서 캐릭터를 제품 포장에 활용하지 않았다. 인터넷 상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빙그레는 알지만 빙그레우스를 모르는 소비자는 아직 많다. 모두에게 빙그레우스를 소비할 수 있게 하기보다는 애정이 있는 각별한 소비자들만 찾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빙그레는 지난 16일 무릎담요와 세안밴드, 실내화, 쿠션 등으로 구성된 빙그레우스 굿즈를 선보였다. 300개 한정수량으로 내놓은 원통형 쿠션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주류업계도 캐릭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하이트진로도 캐릭터를 이용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 진로 소주에 인쇄돼있던 두꺼비 그림을 재해석해 캐릭터로 만들었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캐릭터를 이용해 다양한 굿즈를 내놓고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두껍상회'를 서울 성수동에서 열기도 했다
8월부터 10월까지 한정적으로 운영한 팝업스토어 '두껍상회'에는 일평균 140명의 소비자들이 방문해 요즘쏘맥잔, 진로소주잔, 한방울잔 등의 굿즈를 사갔다. 하이트진로의 이런 마케팅은 팬슈머(FAN + CONSUMER)가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MZ세대를 관통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마케팅은 2020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음료 및 주류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오비맥주도 올해 들어 지난 1953년부터 활용해온 '곰'을 이용해 '랄라베어'라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배우 박중훈의 '랄라라 댄스'로 유명했던 1990년대 OB라거 TV 광고를 활용한 작명이다. 랄라베어 전용잔과 스티커 등을 오비맥주와 함께 판매하고 랄라베어 디자인 티셔츠·모자 등의 굿즈상품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오비맥주의 곰 캐릭터는 1980~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야구팀 OB베어스를 기억하는 MZ세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 SNS 적극 활용·CEO직접 나서면 금상첨화
MZ세대 마케팅의 중심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가 있다. MZ세대가 소비를 결정하는 핵심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여부에 달렸다. 단순히 제품이 예쁘고 화려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제품만이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이 있는지와 구매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재미를 주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그러다 보니 '한정판' 마케팅이 MZ세대 공략의 큰 포인트가 됐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곳이 스타벅스다.
유통업계에서 스타벅스의 마케팅은 MZ세대 공략의 교과서로 통한다. 특히 일 년에 두 차례 진행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는 진행할 때마다 사회적인 현상으로 주목받으며 프라임타임 뉴스를 장식한다. 지난 여름에는 한정판 굿즈를 받기 위해 음료 680잔을 주문하는 소비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최근 e-프리퀀시 이벤트로 다이어리와 크로스백을 진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 첫날 이후 지금까지도 굿즈를 획득했다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CEO가 직접 등장하는 것도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다. 이때 과거처럼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안된다. 특별할 수 밖에 없는 CEO가 '우리 세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 MZ세대의 욕구다. 이 분야의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이 직접 카트를 밀며 장을 보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면 그가 담은 물건과 입고 있는 패션 아이템 등이 모두 화제가 된다.
유튜브도 CEO와 소비자 소통의 장이 된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지난 6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유튜버 완'이라는 '부캐'로 소비자들과 소통했다. 화면 앞에서 춤을 추고 피부가 좋다는 칭찬에는 '화장발'이라며 농담도 했다. 직장생활 조언과 경영전략 등도 자연스럽게 소개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얻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자신의 딸 함연지 씨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를 통해 소비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딸이 오뚜기 제품으로 만든 음식을 평가하고 제품의 탄생비화를 풀어주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채널 '햄연지'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도 함 회장이 출연한 것이다. 이 밖에 뉴트로(New+Retro)와 리플·후기, 환경보호, 밈(Meme), 라이브커머스 등이 MZ세대를 관통하는 마케팅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최명화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MZ세대는 코로나 19 이전부터 온라인 커머스 등을 주도하던 세대"라며 "코로나 19 이후 이들이 뉴노멀 세대로 부각되면서 유통업계의 새로운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Z세대는 쉽게 마음을 주지는 않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강한 애착을 보인다"며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서서히 끈질기게 유혹해야 하는 세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