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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⑤'124살' 활명수가 젊게 사는 법

  • 2021.02.02(화) 09:46

국내 최초 '상품·상표' 등록…'브랜드 마케팅의 역사'
전통은 유지하되 브랜드는 젊게…마케팅 역량 집중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익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의 경우 결정적 한 끗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또 어떤 제품은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즈니스워치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려 합니다. 결정적 한 끗 하나면 여러분들이 지금 접하고 계신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와 함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편집자]

#활명수와모나미 #형님위에형님 #124세큰형님

모나미는 국민 볼펜입니다. 60년 전쯤 출시된 이 볼펜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국내 최초의 볼펜이기도 하니 누구나 한 번쯤은 써봤습니다. 이런 모나미가 최근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새롭게 사랑받는 모습입니다. 추억을 되살리는 '옛 물건'에 젊은 감각을 입혀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활명수 기사에 웬 모나미 이야기냐고요? 이유가 있습니다. 모나미가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성공하면서 다양한 업체가 손을 내밀고 있는데요. 모나미와 함께 한정판을 내놓는 등의 작업을 하려는 겁니다. 모나미 역시 이를 통해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고요. 그런데 얼마 전 모나미가 전에 없던 낯선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모나미는 어딜 가나 형님 대접을 받았습니다. 60년이나 된 국내 최초 볼펜 브랜드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합니다. 무려 124살이나 먹은 활명수 '형님'을 만났습니다. 두 브랜드가 협업하기로 하고 만난 첫 실무 미팅 자리. 모나미 마케팅 담당자는 "항상 어린 친구(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다가 나이가 두 배가 넘는 형님을 만나게 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채표 모나미 동화약품 활명수
동화약품이 활명수 123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모나미와 협업해 만든 제품.(자료 : 동화약품)

사실 60대에게 120대는 형님이라기보다는 조상님에 가깝겠네요. 아무튼, 두 브랜드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구한말에 탄생한 브랜드와 1960년대에 태어난 브랜드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이색적인 느낌을 줍니다.

물론 오래된 브랜드가 만난다고 해서 항상 시너지가 나지는 않겠죠. 칙칙하고 올드한 이미지를 여러 겹 덧댄다고 해서 무조건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활명수와 모나미가 만나 매력 '터진' 이유는 아마도 두 브랜드가 그간 꾸준히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신에 성공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60년 된 모나미의 변신도 놀라운 일이지만, 구한말 태어나 124년을 지내온 활명수라는 브랜드가 여태껏 이런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연구 대상입니다.

#남다른마케팅감각 #시작부터달랐다 #부채표활명수

활명수는 단순히 나이만 든 형님이 아닙니다. 마케팅 영역에서 역사를 써온 브랜드로 꼽힙니다. 지난 1910년 활명수를 등록 상품으로, 부채표를 등록 상표로 각각 정식으로 등록하면서 국내 최초 등록 상품이자 등록 상표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남다른 마케팅 감각을 선보여왔습니다.

일단 브랜드 이름을 지은 센스부터 좋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는 지난 2009년 '활명수 100년 성장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활명수에 대해 "브랜드 네임으로서 최고의 이름이 아닐 수 없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이름이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소비자 지향적인 이름'이라는 설명입니다.

활명수는 한자 이름이기는 하지만 '살 활(活)'과 '목숨 명(命)', '물 수(水)'를 써서 당시에는 비교적 읽기 쉬운 한자어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당시 급체 등으로 생명에 위태한 경우가 잦았던 터라 '목숨을 살리는 물'이라는 의미가 소비자의 피부에 와닿았으리라는 게 예 교수의 분석입니다.

동화약품 까스활명수 브랜드 광고 화면.

1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음식을 먹고 체해 목숨이 위태한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동화약품은 이제 '목숨을 살리는 물'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문구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지금 들어도 자연스럽고 친숙한 느낌을 주는 문구입니다. 캠페인과도 잘 어울리고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으로 탄생한 활명수를 '(인류의) 생명을 살리는 물'로 넓혀 해석하니 느낌이 확 달라졌습니다. 오랜 전통을 살리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동화약품 부채표
동화약품 부채표 상표의 역사(자료 : 동화약픔 브로셔)

부채표도 잘 만든 상표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동화약품 측은 부채를 상표로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부채표는 중국 고전 시집인 시전(詩傳)에 나온 '지죽상합 생기청풍(紙竹相合 生氣淸風)'이라는 문구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해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좋은 의미입니다. 

의미도 좋지만 사실 '부채'라는 모양 자체가 아주 쉽고 직관적이라는 점에서 부채표는 뚜렷한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 동화약품은 활명수 광고에서 '부채표를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꾸준히 써왔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겠죠. 이제는 '부채표' 이미지만 깔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지만으로 소비자들이 충분히 기억하리라는 자신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국인모델 #애니메이션 #게스활명수까지

제품이 오래된 만큼 광고의 역사도 깁니다. 동화약품은 지난 1967년 활명수의 새로운 TV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외국인 모델이 등장합니다. 한 외국인이 조선 시대 양반의 복장을 하고서 "한국 음식을 참 좋아한다"라며 과식을 합니다. 그러다 결국 체하고 맙니다. 당연히 다음 수순은 활명수입니다. 활명수를 복용하고는 평안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동화약품이 1959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 활명수 광고(왼쪽)와 1967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외국인을 등장시켰던 활명수 광고 일부. (자료 : 동화약품 활명수 유튜브).

동화약품은 이 광고 영상을 지난 2013년에 유튜브 채널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당시 모델로 출연했던 레이드 더글러스(Reid Douglas) 씨가 이 유튜브 영상에 직접 댓글을 달았습니다. 추억의 그 모델이 직접 등장한 겁니다. 그는 "1967년 3월 한국에서 주한 미군으로 복무할 당시 이 영상을 찍었고 곳곳에서 방영돼 서울 시내에 나가면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웃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후 이 영상이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마케팅의 역사가 길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요.

이에 앞서 1959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활명수 광고 영상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예 교수는 이를 두고 "동화는 국내 의약품 광고 사상 최초로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입하고, 파격적으로 외국인 모델을 기용하는 등 선구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활명수 탄생 기념판 패키지. (자료 : 동화약품 브로셔)

이런 노력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화약품은 지난 2013년부터 활명수 기념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나미 같은 기존 브랜드는 물론 콘텐츠, 아티스트와 연계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에코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 패션 브랜드 게스 등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게스와 손을 잡고 만든 '게스X활명수'는 입에 착 감기는 작명과 함께 두 브랜드의 이색 조합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124세의 큰 형님은 오랜 기간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노력의 결실은 꾸준히 쌓여가고 있고요. 물론 앞으로도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활명수 마케팅 담당자를 만날 시간입니다. 직접 활명수 마케팅 전략의 노하우와 비법을 들어봤습니다.

#전통은그대로브랜드는젊게 #활명수마케팅담당 #김대현상무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언제부터 까스활명수 마케팅을 담당하셨는지요?

▲ 일반의약품(OTC) 개발·마케팅 담당자로 2018년부터 동화약품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대현입니다. 동화약품의 대표 제품 활명수를 비롯해 회사 내 일반의약품 마케팅을 총괄합니다.

-까스활명수는 국내 가공식품 중에서 가장 오래된 제품 중 하나입니다. 마케팅하는 게 쉽지 않을 듯합니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시나요?

▲ 오래된 제품일수록 현재와 같이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은 지키면서 현대의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젊게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인 만큼 친숙하고 믿음직스러운 가족 같은 존재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활명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채표를 1910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상표 등록을 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이런 브랜드 마케팅 영역에 자부심이 있을 것 같은데요.

▲ 활명수는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매우 선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브랜드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당시에 상표 등록을 했습니다. 지금도 동화약품은 '부채표', '활명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SNS 채널 운영 등을 통해 향후 100년을 바라보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제품을 젊은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수년 전 힙합 가수와 콜라보를 하거나 게스활명수라는 제품을 내놓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데 기준이나 원칙이 있나요?

▲ 활명수는 우수한 효과를 가장 기본으로 하는 의약품입니다. 브랜드는 젊고 신선하게 유지하되, 효과가 가볍게 보일 수 있는 방향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미인활명수'나 '꼬마활명수' 등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활명수의 기준이 되는 제품은 까스활명수지만 최근 변화되는 트렌드에 맞추어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꼬마활명수, 미인활명수, 활명수-유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젊은 층의 접근이 용이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의약외품 까스활, 미인활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등에서 SNS 활동도 꾸준히 하는 모습입니다. SNS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고 계신가요?

▲ SNS 마케팅은 초기에 후시딘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활명수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로 들어오면서 매체가 다양해지다 보니 SNS도 중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리 잡았고,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SNS에서 활명수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맛있는 음식, 활명수와 함께'입니다.

-올해 마케팅에 주안점을 두려는 부분과 계획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활명수의 마케팅 방향성이 크게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현재 신규 TV 광고를 제작 중인데 예전보다 다양한 매체를 고려한 영상으로 메시지를 담으려 하고 있고, 특히 작년에 출시한 활명수-유의 휴대성, 편리성을 강조한 온라인 마케팅에 비중을 두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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