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익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또 어떤 제품은 이름도 없이 사라집니다. 비즈니스워치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려 합니다. 결정적 한 끗 하나면 여러분들이 지금 접하고 계신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와 함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편집자]
늘 곁에 있는 것에는 웬만해선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있는 게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고백하자면 칠성사이다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칠성사이다는 사이다하면 생각나는 당연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70여 년의 역사를 공부해보니 칠성사이다는 당연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칠성사이다가 국산 사이다의 '원조'가 아니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칠성사이다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시장을 주름잡던 경쟁자들을 제쳐야만 하는 처지였습니다. 고단한 전쟁을 치른 뒤에도 때마다 코카콜라와 세븐업, 스프라이트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공세를 막아내야 했고요.
칠성사이다는 처음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일어나 타격을 받았습니다. 시작부터 험난한 길을 걸었던 겁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습니다. 설탕 파동이 벌어졌을 당시에는 정부가 설탕을 50%만 써도 된다고 권고했지만 100%를 고집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코카콜라라는 걸출한 경쟁자가 나타나자 펩시와 손잡는 전략으로 아슬하게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고요.
칠성사이다는 변신을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칠성사이다가 고급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죠. 사이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에는 모두에게 익숙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고요. 소비자들이 콜라에 열광하기 시작하자 무색(無色) 사이다가 '깨끗하다'고 광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애국심을 자극하기도 했고요.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제품을 의식적으로 '지켜줄' 의무는 과거에 비해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입니다. 합리적인 소비 방식은 아니죠. 하지만 굳이 애국심을 발동하지 않더라도 칠성사이다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니 조금은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 '친구'가 참 고생하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에게는 갑갑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존재이면서, 정작 본인은 갑갑하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던거죠. 당연하게 그 자리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슬아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존재였던 겁니다.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음료 마케팅 담당자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칠성사이다가 100년 장수 식품이 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요. 100년까지는 아직 30년이라는 세월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칠성사이다는 과연 앞으로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우리가 30년 뒤에도 계속 칠성사이다를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의 선택은 롯데칠성이 앞으로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장수 브랜드는 그냥 시간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되는 건 아닙니다. 소비자는 냉정하니까요.
다만 칠성사이다의 지금까지 행보에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앞으로는 사이다를 마실 때마다 칠성사이다의 치열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칠성사이다의 미래는 과연 어떨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결정적 한 끗] 칠성사이다 편을 마칩니다. [결정적 한 끗]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발로 뛰어 만든 콘텐츠입니다. 다음에도 여러분들에게 친숙하지만 잘 몰랐던 제품 이야기들을 발굴해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⑦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