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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은 예고편?…'막다른 골목' 우유업계 돌파구는

  • 2022.11.15(화) 07:40

푸르밀이 안겨준 '교훈'…유업계 닥친 위기감
저출산, 멸균우유 공습…'악재' 본격화 우려
건기식 확대 등 '신성장 동력' 찾기 분주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유(乳) 업계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 수입 멸균우유의 공습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원유 가격 인상도 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 감소에 제2, 제3의 푸르밀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사실상 우유 사업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는 건강기능식품 확대 등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고심 중이다. 

위기의 우유업계

15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서울우유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남양유업은 연결 기준 4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1.3% 늘어났다. 남양은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적자 상태다. 매일유업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같은 기간 28.2% 감소한 20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중소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마진이 적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매출 비중이 높아 만성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사실 우유업계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출산으로 우유의 주 소비층인 영유아 수가 크게 줄고 있다. 실제로 2000년 6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우유의 고정 소비처인 학교와 군대에 공급하는 우유 급식량이 줄고 있다. 실제로 우유 소비량도 감소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6㎏에서 2021년 32.0㎏으로 줄었다. 유제품의 소비는 늘어난다고 해도 우유의 감소세는 뚜렷하다.

콩 귀리 등 대체유(乳)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 그나마 남은 시장도 수입 멸균유의 위협을 받고 있다. 대규모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폴란드,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우유다. 리터당 가격이 1000~1300원으로 국산의 '반값' 수준이다. 고온 멸균 처리로 보관 기간도 길다는 장점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멸균 우유 수입량은 1만4000여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아직 전체 우유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작은 수준이지만 향후 큰 위협으로 평가된다. 

예고편 불과한 '악재'

전망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0.8명대로 진입한 지 불과 2년 만의 결과다. 이미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수입 멸균유를 비롯 각종 유제품이 저가로 물밀 듯이 들어올 수 있다. 국내 우유업계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반작용도 예상된다. 높은 가격이 수요의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10일 흰 우유 1000㎖ 제품 가격을 6.6%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오는 17일부터 900㎖ 흰 우유 제품 가격을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6% 인상할 예정이다. 남양, 동원F&B 등도 제품 인상 폭과 시기를 검토 중이다. 이는 앞서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리터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49원 올린 데 따른 영향이다. 앞으로 저렴한 자체브랜드(PB)나 멸균유에 소비자가 몰릴 수 있다.

푸르밀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앞서 푸르밀은 사업 폐업을 선언했다. 현재 직원 30% 구조조정 후 사업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회생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푸르밀은 한때 연간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하던 회사였다. '비피더스' 등의 스테디셀러도 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매출액이 급감하고 영업이익도 1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선 푸르밀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지 않고 우유에만 집중했던 것을 '패착'으로 보고 있다. 

우유 '의존' 줄여라 

우유업체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유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과제다. 그래야만 기존 우유 사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만회할 수 있다. 푸르밀 사태가 안겨준 '교훈'이다. 매일유업은 건강기능식, 식물성 음료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실버푸드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중이다. 2018년 출시했던 영양 보충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아몬드와 귀리, 콩을 활용한 대체유 제품의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남양유업도 사업 다각화로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초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독일 제약회사인 프레지니우스카비와 손을 잡았다. 환자 영양식인 '프레주빈' 등을 출시했다. 일동후디스도 단백질 식품 브랜드 '하이뮨'을 선보이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우유를 세분화한 기능성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락토프리(유당제거) 우유, 단백질 강화 제품 등이다. 이외에도 피자나 죽 등 가정간편식으로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관건은 이들이 신사업에서 얼마큼의 역량을 낼 수 있느냐다. 사업 다각화는 경쟁자 증가가 따른다. 여러 분야로 경쟁 범위가 넓어진다. 케어푸드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식품·유통업체가 대거 진출한 분야다. CJ제일제당, 현대백화점그룹 등 대기업이 즐비하다.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면 시장에서 금방 뒤처질 수 있다. 이들 못지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존의 우유 사업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기도 한다. 자칫하면 수익 감소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산율 급감, 소비 침체에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2026년에는 수입 유제품의 본격적인 공습도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제2의 푸르밀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수익까지 다변화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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