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예상대로 반전은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끝났습니다.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공방에서 법원은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의견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홍 회장은 완패했습니다. 홍 회장 측은 항소하겠다고 나섰지만 향후 전망도 어둡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홍 회장 측은 빈약하고 허술한 논리로 일관했습니다. 판이 바뀌려면 강력한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홍 회장 측이 보여줬던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있기 전 한앤컴퍼니가 제기했던 세 차례의 가처분 신청에서도 법원은 모두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준 바가 있습니다. 이때부터 업계에서는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법원의 심리가 계속될수록 홍 회장 측은 수세에 몰렸습니다. 오히려 홍 회장 측이 숨기고 싶어 했던 매각 과정에서의 내용들이 드러났습니다. 홍 회장 측에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돼버렸습니다.
사실 법원의 심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을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홍 회장은 3000억원이 넘는 거래를 진행하면서도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안일한 대응과 무책임한 행동은 물론 욕심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이 챙길 수 있는 부분까지 모두 한앤컴퍼니에 넘겨줬습니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매각 과정 내내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철저히 대비했습니다.
매각 계약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홍 회장의 안일한 대응은 증인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 됐던 핵심 부분에서 홍 회장은 늘 '눙치기'로 일관했습니다. 증언들에 따르면 홍 회장은 자신이 원하는 바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불리해지자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누가 봐도 '몽니'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쟁점 하나 '백미당 분사'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매각 협상 당시 남양유업의 외식사업부인 '백미당'은 매각하지 않는 것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백미당은 홍 회장의 부인인 이운경 고문이 애착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현재 홍 회장의 차남인 홍범석 상무가 이끌고 있습니다. 홍 회장 입장에서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꼭 지키고 싶었을 겁니다. 이 때문에 매각 협상 과정에서 백미당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홍 회장의 백미당에 대한 태도는 모호했습니다. 이번 협상을 중재했던 함춘승 피에이치컴퍼니 사장에 따르면 함 사장은 계약 전에 홍 회장에게 백미당 분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만일 홍 회장이 명확하게 백미당 매각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면 백미당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을 겁니다. 하지만 홍 회장은 함 사장의 물음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백미당 문제는 계약 직전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상황을 명확히 하고 싶었던 한앤컴퍼니는 속이 탔습니다. 이에 함 사장은 홍 회장에게 다시 묻습니다. 백미당은 어찌할 것인지 말이죠. 이때 홍 회장은 명확히 답합니다. "관심 없다"고요. 이에 따라 한앤컴퍼니는 백미당을 포함해 인수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계약까지 완료합니다. 여기에 홍 회장의 가격 인상 요구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묘해집니다. 홍 회장이 백미당을 걸고 넘어진겁니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본인이 "관심 없다"고 말해 계약서에 사인까지 한 사안입니다. 30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가는 M&A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홍 회장은 백미당은 매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은 겁니다. 그리고 소송까지 진행했던 겁니다.
쟁점 둘 '별도 합의서'
백미당에 이어 또 하나의 쟁점이 됐던 것은 '주식매매 계약서 별도 합의서'입니다. 홍 회장 측은 지난 6월 7일 재판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한앤컴퍼니와의 계약서 이외에 또 다른 이면 계약서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재판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핵폭탄인 셈입니다. 별도 합의서에는 홍 회장 측이 주장해온 오너 일가에 대한 예우와 남양유업 재매각시 우선 협상권 부여가 적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이상합니다. 별도 합의서라면 양측이 이에 합의했다는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즉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의 '사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별도 합의서에는 사인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재판에서 홍 회장 측은 이 별도 합의서를 단 한 번도 제출한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문건을 왜 제시하지 않았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양측이 합의했다는 표시인 사인이 없어서입니다. 법원 심문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별도 합의서는 홍 회장이 불러주는 내용을 남양유업의 모 팀장이 받아 적은 것이었습니다. 홍 회장의 생각을 정리한 문건에 불과했던 겁니다. 아무런 효력도 없는, 단순히 생각을 정리한 문건을 재판에 증거라고 제출하고는 이면 합의서라고 주장한 홍 회장 측의 대응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홍 회장 측이 별도 합의서를 제시하자, 한앤컴퍼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힙니다. 당연합니다. 홍 회장의 생각을 정리한 문서를 한앤컴퍼니가 봤을 리도, 여기에 동의해 사인했을 리도 만무합니다. 재판부도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백미당 건도 별도 합의서도 모두 홍 회장 측이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계약 무효의 증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습니다.
'안일함'과 '욕심'이 만든 '아마추어리즘'
누가 봐도 허술한 홍 회장 측의 논리에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한앤컴퍼니의 완승을 예상했습니다.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는 지난 22일 남양유업 주식양도 소송에서 한앤컴퍼니의 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 간에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은 정당하고 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겁니다.
그동안 계속된 홍 회장 측의 주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홍 회장의 주장에는 안일함과 욕심으로 점철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본인이 한 말을 쉽게 뒤집었습니다. 여기에 명확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이 정도면 상대방이 알아들었을 것이라는 철저한 자기 위주의 해석에 의존한 황당 논리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백미는 별도 합의서입니다. 법원과 상대방을 바라보는 홍 회장 측의 시선이 어떤 것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지점입니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 사고로 회사가 휘청일 때마다 이를 버텨냈던 것은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대리점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모든 책임을 져야 할 홍 회장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간절했다면, 홍 회장의 말처럼 아내와 자식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졌다면 본인이 더 명확히 챙기고 확인했어야 합니다. 기회는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 기회는 본인이 모두 차버렸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다른 사람 탓이라고 합니다. 철저한 '아마추어리즘'입니다. 홍 회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과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입니다. 결국 '자업자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