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올 상반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반기 5000억원을 돌파했고 영업손실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지난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며 우유 부문 매출이 늘었고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주문자위탁생산(OEM)과 대체유 등이 매출 회복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한 숨 돌렸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5011억원, 영업손실 2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8% 늘었다. 상반기 매출이 5000억원을 돌파한 건 5150억원을 기록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손실은 전년 422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 6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99억원 대비 3분의 2 이상을 줄였다. 하반기엔 흑자전환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성적이다.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하반기 단행한 가격 인상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1월 흰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8%, 가공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7%, 발효유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올 초엔 프렌치카페 컵커피 가격을 10% 넘게 올렸다.
가격인상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의 우유 부문 매출은 2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4%나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우유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50.2%로 1년 만에 50%대를 회복했다. 같은 시기 가격 인상에 나선 매일유업 역시 매출이 9% 넘게 늘었다.
반등은 '우유 말고'
올해 남양유업의 실적 반등을 이끈 건 '기타' 부문이다. 남양유업의 기타 부문은 17차 등 비유제품 음료, 드빈치치즈 등 유가공품과 OEM 사업이 중심인 건강한 사람들, 백미당 등 외식사업 매출을 포함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기타 부문은 올 상반기에 15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30.3%다. 분유를 대신해 남양유업의 '제 2 매출원'이 된 지 오래다. 이 중에도 타 브랜드 제품을 대신 생산해 주는 OEM, ODM 사업이 핵심이다. 안정적인 매출이 확보되면서도 판매량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양유업이 올해 상반기 신규 출시한 제품 60여개 중 3분의 1 이상이 GS25와 CU, 이마트, 농협, 엔제리너스 등 외부 브랜드의 OEM·제조자개발생산(ODM) 제품이다.
우유 외 부문에 집중하는 건 다른 유업계도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매일유업은 단백질 음료 셀렉스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21년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설립했다. 일동후디스의 하이뮨은 단일 브랜드 연매출이 2000억원에 달한다.
등 돌린 엄마들 마음 '대쪽'
다만 전체 매출이 개선되는 중에도 분유 부문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3000억원을 웃돌며 업계 1위를 지켰던 남양유업의 분유 매출은 최근 몇 년간 1000억원대 후반으로 추락했다. 전성기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에도 분유 부문 매출은 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 1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분유 매출이 급락하면서 28%대였던 남양유업의 분유 매출 비중도 최근엔 10% 후반으로 감소했다
분유는 불매운동 시작 후 남양유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문이다. 분유는 흰우유나 가공유에 비해 브랜드의 영향력이 크다. 한 번 브랜드를 선택하면 여간해서는 다른 브랜드로 옮겨가지 않는, 충성도가 높은 제품군이다. 그만큼 한 번 떠나간 고객을 되찾기도 어렵다.
분유의 주 구매층인 2030 여성은 사회적 이슈에 따른 불매운동에 가장 적극적인 계층이기도 하다. 2012년 불매운동을 주도했던 2030이 아이를 낳으면서 분유 브랜드를 선택할 때까지 불매 기조를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낮아지는 출산율 역시 분유 실적 반등이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 신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분유가 잘 팔릴 수 없는 환경이다. 남양유업이 새로운 사업군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유업계에서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며 "자체 브랜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외부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