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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회장은 왜 '15층'을 고집했나

  • 2022.06.11(토) 10:05

[주간유통]남양유업 M&A 뒷이야기
'키맨' 함춘승 사장 증언으로 실체 드러나
주요 쟁점들 그동안 홍 회장 주장과 달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조금씩 드러나는 실체

그동안 수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던 남양유업 M&A의 비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과도한' 욕심이 일을 그르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몽니로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까지도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아직 완전히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있었던 재판을 통해 홍 회장이 어떤 과욕을 부렸는지가 속속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지난 7일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외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6차 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재판부에는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받고 있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이 증인으로 참석했습니다. 함 사장은 재판을 통해 그동안 가려져있었던 남양유업 M&A의 뒷이야기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를 연결해준 인물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번 재판의 쟁점은 백미당 분사와 쌍방대리였습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매각 협상 당시 한앤컴퍼니가 백미당 분사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함 사장에 따르면 백미당 분사는 먼저 한앤컴퍼니가 제안했지만 홍 회장이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자 홍 회장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분사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김앤장의 쌍방대리 문제도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함 사장은 홍 회장에게 감앤장이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모두를 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 회장에게 알렸고 홍 회장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은 홍 회장 본인 의사와 달리 김앤장이 배임적 대리권을 행사해 계약이 체결돼 주식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요?

홍 회장은 어떤 욕심을 부렸나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백미당 분사와 김앤장의 쌍방대리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것들이 또 있습니다. 그동안 홍 회장이 과도한 욕심을 부려 남양유업 매각이 난항에 빠졌다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만 홍 회장이 어떤 욕심을 부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함 사장의 증언으로 홍 회장의 욕심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홍 회장은 그동안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매각의 조건 중 하나로 오너 일가에 대한 예우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예우의 내용이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함 사장에 따르면 홍 회장은 자신은 물론 배우자인 이운경 씨와 자녀 2명에 대한 고문 계약 및 임원 예우 등을 요구했습니다. 남양유업을 매각해도 자신과 가족들은 그대로 남양유업에 남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또 현재 홍 회장이 사용하고 있는 남양유업 사옥 15층 사무실을 매각 이후에도 자신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해 남양유업 사옥을 매각하더라도 자신의 사무실은 그대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3000억원이 넘는 금액에 회사를 매각한 것도 모자라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그동안 자신들이 누리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게 해달라는 요구였던 겁니다.

아울러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 체결 전에 다른 곳과도 매각 협상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매각 사실이 공개되면서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가졌고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대기업과 가격 협상을 했던 겁니다. 하지만 결국 그 대기업이 제시한 가격이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가격보다 낮아 최종적으로 한앤컴퍼니를 선택했다는 것이 함 사장의 증언입니다.

홍 회장 측의 반격…새로운 쟁점

재판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홍 회장에게 불리해 보입니다. 홍 회장 측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빼든 카드가 '별도 합의서'입니다. 홍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LKB는 이날 재판에서 '별도 합의서'를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양유업 고문직 보장 △본사 사무실 사용 및 차량, 기사 제공 △남양유업 재매각시 홍 회장이 우선 협상권을 갖는다는 겁니다.

그동안 홍 회장 측은 본계약 이외에 이면 계약이 있었다면서 이번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 이면 계약의 내용이 이번에 공개된 겁니다. 하지만 함 사장은 '별도 합의서'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매각을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우선 협상권은 거론된 바가 없고 별도 합의서는 매매 계약 당시 본 일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문제는 LKB가 제출한 별도 합의서에는 당사자 간의 날인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한앤컴퍼니 측도 이런 점을 문제 삼아 별도 합의서는 효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서로 남겨진 만큼 향후 재판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은 다분해 보입니다. 만일 문서의 내용처럼 우선 협상권 부여에 대한 이면 합의가 있었다면 한앤컴퍼니에게는 불리한 증거가 될 겁니다.

오는 21일에는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와 홍 회장이 직접 재판에 출석합니다. 이 자리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협상권 내용이 사실이라면 홍 회장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셈이 됩니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그 자리에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한앤컴퍼니도 이면 계약이 있었다면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새로운 쟁점이 떠오른 셈입니다.

이기심의 결말은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이기심 탓에 이미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이번 재판 내용이 공개되면서 홍 회장에 대한 비난은 물론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도 더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손해 보지 않으면 된다는 홍 회장의 무책임한 이기심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그 짐을 정작 홍 회장과 그 일가가 아닌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대리점주들이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때 국내 유업계 1위였던 남양유업은 결국 오너 일가의 무책임과 이기심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80만원이 넘었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불과 1년여 만에 38만원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실적도 좋지 않습니다. 지난 1분기 남양유업은 2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11분기 연속 적자입니다. 향후 실적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동안 남양유업은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정면 돌파보다는 꼬리자르기에 급급했습니다. 자신들은 무대 뒤에 숨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고통은 오롯이 다른 사람들이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가리스 사태에서 시작된 남양유업 M&A에서도 홍 회장과 그 일가는 말 바꾸기와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과 대리점주들, 그리고 그 가족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홍 회장은 자신과 가족들의 이익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있습니다. 함 사장의 증언을 통해 나온 홍 회장의 욕심은 한 마디로 '아무것도 잃지 않겠다'입니다. 그에게는 기사와 차량과 15층 사무실이 남양유업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쳐온 임직원들의 노고보다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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