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개막으로 미소짓고 있다. 야구팬들을 겨냥한 집관(집에서 관람) 인기 상품을 대폭 할인하고 특별 기획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때 처럼의 경제적 특수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한국 대표팀이 잘 성과를 낸다면 곧 개막하는 한국프로야구(KBO) 개막까지 열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금'도 드립니다
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는 WBC 개막을 맞아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미국 주요 도시 야구팀 와인 7종을 선보였다. GS25 역시 WBC 경기 당일 신한카드로 '쏜살치킨' 2종 구매 시 50% 할인해주는 QR행사를 연다. 세븐일레븐은 한국 대표팀 성적에 따라 순금을 주는 이벤트까지 열었다. 이마트24도 주류와 안주류 할인에 나섰다.
치킨 등 외식 업계도 들떠있다. 피자헛은 온라인에서 '더블 홈런 세트'를 출시했다. 맘스터치는 한국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 인기 메뉴 할인 이벤트를 연다. 교촌치킨도 다음달 2일까지 앱 맴버십 전체 회원에게 할인 및 무료 증정 쿠폰팩을 제공한다. bhc는 이날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한 응원 댓글 이벤트를 열었다.
SSG닷컴은 WBC 개막을 맞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판매한다. SSG닷컴은 지난 7일 신세계그룹 야구단 SSG랜더스 공식브랜드관을 열었다. 야구 유니폼, 모자, 의류, 잡화, 굿즈 등 18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본격적인 야구 특수를 노린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SSG랜더스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거두며 스포츠 마케팅으로 성과를 낸 바 있다.
돌아온 야구의 계절
WBC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크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효과' 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예상돼서다. 당시 월드컵 기간 편의점 업계의 맥주, 치킨 등 매출 증가율은 2주 전 대비 많게는 130%까지 상승했다. 배달앱 3사의 DAU(일간활성이용자)수도 평소 대비 20% 가량 높았다. 대형마트도 응원 도구와 밀키트 등으로 톡톡한 호재를 봤다.
특히 이번 WBC는 6년의 기다림 끝에 개막한 경기다. WBC는 2009년부터 4년 주기로 개최되어 왔다. 하지만 2021년에 예정됐던 제5회 대회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그동안 참아왔던 야구팬의 응원에 대한 열기가 다시 한번 뿜어져 나올 수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한일전과 한중전 등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굵직한 경기가 많다.
무엇보다 다음달 KBO 정규리그 시즌이 곧 개막한다. WBC로 달아오른 야구팬들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서 스포츠 경기는 중요하다. 경기로 얻는 소비자의 행복감과 만족감은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기폭제다. 경제는 심리다.
가뭄 속 단비
실제로 한국은 지난 2009년 WBC 제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3대5로 패배했지만 야구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당시 WBC 준우승의 경제적 효과가 약 8395억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국가적 브랜드 상승과 국민적 자긍심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현재 유통업계는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물가에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가 침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104.7이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96.7을 기록 후 현재까지 100 이하를 밑돌고 있다. 지수가 100을 하회하는 건 부정적 경제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스포츠 이벤트는 업계의 가뭄 속 단비와 같다.
관건은 대표팀의 활약 여부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다면 파급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최소 8강 이상의 성적은 거둬야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야만 경기 일정이 길어지면서 국민적 관심도가 더욱 집중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은 WBC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3, 4회 대회에선 1라운드 탈락 수모를 겪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타르 월드컵으로 맥주 비수기였던 겨울에도 맥주 매출이 크게 증가한 바 있어 이번 WBC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 스포츠 행사는 업계의 단비와 같다"며 "WBC 한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