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대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1분기를 보냈다. 특히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다. 브랜드 론칭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2분기도 비수기 영향과 기저효과 등이 겹치면서 쉽지 않은 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각 브랜드들은 신규 브랜드 발굴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침체기라는 이유로 투자를 줄이면 나중에 찾아올 회복기에 선제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우울한 1분기
올 1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다. 이 기간 매출도 11.4% 감소한 312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브랜드 인센티브 지급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또 국내외 패션 브랜드와 계약이 종료된 점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이하 코오롱FnC)도 매출은 4.8% 증가한 279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63.6% 급감했다. 신규 브랜드 론칭 비용 증가가 영업이익 부진의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올해 인큐베이팅을 통해 론칭한 헤드, 발렉스트라 등 브랜드들의 판매관리 비용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론칭한 브랜드와 론칭을 앞두고 있는 신규 브랜드들의 인큐베이팅 비용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LF는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75.3% 감소한 118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4414억원으로 2.1% 줄었다.
한섬은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한자릿수대 감소(-8.2%)로 막아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매출은 4059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베로니카 비어드·토템 등 해외 패션 브랜드를 들여오면서 신규 포트폴리오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패션 대기업 5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선방했다. 1분기 매출은 5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570억원을 기록했다. 에잇세컨즈, 빈폴, 갤럭시 등 자체 브랜드와 아미, 메종키츠네 등 신명품 브랜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도 지속적인 상품선 개선, 판매·사업구조 효율화 등으로 사업군 전반에서 견조한 실적 달성을 이뤘다”고 말했다.
"신규 브랜드 더 늘린다"
2분기 전망은 어둡다. 패션업계 비수기인 데다 작년 리오프닝 기저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침체로 패션 관련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에는 SPA 등 저가 브랜드와 명품으로 패션 수요가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2분기는 패션 비수기 시즌이라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 등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패션업계는 신규 브랜드를 더욱 강화해 경기 회복 시기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브랜드 확장을 멈췄다가는 이후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패션과 화장품 신규브랜드를 7개 이상 도입할 예정이다. 불경기에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여성복과 코스메틱 부문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한섬도 현재 13개 수준인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연내 2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LF도 헤지스 등 메가 브랜드 중심으로 브랜딩 투자를 지속한다. 리복, 빠투 등 신규 브랜드 성장 지원도 지속한다.
LF 관계자는 ”헤지스, 닥스 등 메가 브랜드와 리복 등 신규 전개 브랜드의 선전으로 패션 부문 매출이 성장했다“면서 ”신규 브랜드 성장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패션 사업을 영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