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먹고 사는 기업이 있다. 1000원 짜리 물건을 팔아 매출 3조원을 눈 앞에 둔 다이소 얘기다. 경기 침체 속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고, 회사 측의 매장 대형화 전략도 통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균일가 매장이 새로운 주요 유통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불황속 성장 비결은
다이소 운영사인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2조9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아성다이소의 연 매출은 2015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막지 못했다. 아성다이소는 2019년에도 2조2362억원, 2020년 2조4216억원, 2021년 2조60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원자재가격 인상 등 여파로 다소 주춤했다.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9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6% 감소했다. 유통업계 전체가 고전했던 것과 견주면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아성다이소의 영업이익은 물류센터 투자가 있었던 2013년과 2019년 두 해를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증가세였다.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성장 둔화에 빠진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이 추세라면 올해 무난하게 3조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연 매출 3조 클럽에 가입해 농심, SPC삼립 등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셈이다.
다이소의 성장 배경에는 경기 불황이 있다. 고물가로 값싼 가성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다이소는 주방, 유아, 욕실, 문구, 인테리어 용품 등 총 20여 개 분야에서 3만2000여 종의 제품을 5000원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 1000~2000원대 제품의 비중이 전체 80%다. 일부 생활필수품 상품은 10년간 1000원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다이소가 낮은 가격을 내세울 수 있는 비결은 유통구조에 있다. 보통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구매하는 물건은 생산원가에 유통비용과 자체 마진이 붙어 소비자 가격이 정해진다. 하지만 다이소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제조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직접 거래하고 있다. 유통과정이 짧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량 매입으로 비용을 줄인다.
다이소의 출점 전략 변화도 주효했다. 다이소는 사업 초기 동네 상권을 위주로 중소형 점포를 늘려왔다. 하지만 2017년부터 핵심 상권 대형 매장 출점으로 선회했다. 1~12층 500평 규모의 명동역점이 대표적이다. 명동의 등대라 불리며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이외에도 다이소는 서울 주요 지역 상권 점포를 대형화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500평대의 대형 매장은 100평대보다 2배 많은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이는 고객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 이른바 가성비 높은 상품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어서다. 2000년 초 100개 안팎이었던 전국 다이소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1450여 개로 늘었다. 한 해에 팔리는 상품의 수만 10억 개로 추산된다.
다이소의 미래는
다이소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제적 상황이 저가 생활용품점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현상이 소비 양극화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명품 아니면 초저가 상품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최상위 계층의 소득이 최하위 계층 소득의 10배가 넘었다.
아직 시장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것도 이점이다. 특히 저가 판매점은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다.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데다 균일가로 제품을 파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신세계도 균일가 매장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이커머스 업계가 파격 할인과 무료 배송을 무기로 다이소의 영역을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30분 내 생활용품을 배달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배달의민족 B마트 등이 최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이소도 매장 기반 배송 서비스 샵(#)다이소를 도입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극화 현상으로 초고가 초저가 시장이 커진 것이 다이소 급성장의 배경이 됐다"며 "다이소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팬덤이 생길 정도로 소비자층이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의 영역 침투도 진행 중인 만큼 장기적으로 퀵커머스 등에 대항할 수 있는 변신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