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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신세계 유니버스, 세계관 확장 시급한 이유

  • 2023.06.26(월) 06:50

신세계 통합 멤버십, 출시 초 반응은 '미지근'
소비자 이목 끄는 '킬러 콘텐츠' 없다는 평가
외부 협업은 변수…협력 늘려 멤버십 확장해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공개 전엔 걱정했는데, 막상 보니 별 거 없던데요."

이달 초 신세계가 각 계열사의 멤버십 혜택을 통합한 '신세계 유니버스'를 공개한 후 한 유통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G마켓, SSG닷컴, 스타벅스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모아놨지만 소비자가 혹할 만한 혜택은 없었다는 겁니다.

어째 혜택이 줄어든 느낌

기존에도 제공하던 혜택이 통합 멤버십으로 묶인 경우도 있고 오히려 기존보다 혜택이 줄어든 항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G마켓 스마일클럽의 경우 가입비 3만원을 내면 3만5000원을 줬는데요. 신세계 유니버스로 가입하면 3만원을 줍니다. 5000원이 줄었죠?

스타벅스를 통해 신세계 유니버스에 가입하면 3만원 대신 무료음료 쿠폰 5장을 증정합니다. 쿠폰 1개당 6000원 꼴이니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같은 음료를 마시면 손해가 됩니다. 또다른 혜택인 구매 시 신세계포인트 적립은 무려 1000원당 1포인트. 0.1%의 적립률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신세계포인트를 모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려면? 450만원을 써야겠네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혜택/그래픽=비즈워치

이마트에서는 매월 5% 할인쿠폰을 4장 주는데, 5만원 이상 구매해야 적용이 가능하고 최대 3000원까지만 할인이 됩니다. 6만원이 넘어가면 5% 할인이 아니라 그냥 3000원짜리 할인 쿠폰인 셈이죠. 이 쿠폰은 주 1회만 사용 가능합니다. 

다른 곳도 비슷합니다. SSG닷컴과 G마켓은 5~12% 쿠폰을 지급하는데 최대 1만원에서 2만원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월 최대 3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면세점의 특성상 잦은 방문이 쉽지 않죠. 

웬만큼 써서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말한 "연간 200만원 혜택", "연봉이 5% 오르는 효과"를 누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매주 꼬박꼬박 백화점과 이마트에 들르고 매주 SSG닷컴과 G마켓에서 쇼핑을 한 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셔야 달성 가능한 셈입니다.

"나 이거 때문에 가입했어"

그래도 3만원을 내면 바로 3만원을 돌려 주니 소비자 입장에선 크게 밑지는 장사는 아닙니다. 혜택을 알뜰살뜰하게 다 적용받는 건 쉽지 않지만 평소 생활패턴대로 살면서 가능할 때만 혜택을 받아도 괜찮겠죠.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미지근한 건 이 서비스에 이른바 '훅(Hook)'이 없어서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소비자들이 가입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혜택 말입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이 좋은 예입니다.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 '무료 로켓 배송'입니다. 물론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할인 등의 혜택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결국 이런 건 부가적인 서비스죠. 무료 로켓배송이 와우 멤버십을 정의합니다.

로켓배송만으로도 사람들은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다/그래픽=비즈워치

티빙, 네이버웹툰, 시리즈, 스포티비 등의 추가 서비스를 갖고 있는 네이버 멤버십 역시 본질적인 혜택은 '네이버페이 적립'입니다. 온갖 쇼핑몰에서 쇼핑을 즐기는 네이버 이용자들에게 딱 맞는 혜택이죠. 

신세계 유니버스에는 이런 킬러 콘텐츠가 없습니다. 이마트 할인 쿠폰, 스타벅스 별 추가 적립 등은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이 없었을 때도 존재하던 혜택입니다.

세계관 확장은 선택 아닌 필수

물론 '이게 다'는 아닐 겁니다. 신세계 측도 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예고했습니다. '우리끼리 유니버스'가 아닌, 세계관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겁니다. 다양한 분야에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이기에 할 수 있는 기획입니다.

눈에 띄는 서비스가 하나만 나와도 구독자는 단숨에 불어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도 각각 기묘한 이야기, 로키·완다비전 등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드라마를 통해 구독자를 급격히 끌어올렸죠. 신세계 유니버스에도 '기묘한 이야기'가 나타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희석 대표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목표를 "1000만 가입자"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1000만 가입자를 달성한 구독 서비스는 쿠팡과 넷플릭스 정도입니다. 과연 신세계 유니버스가 이들의 뒤를 이은 '1000만 구독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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