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 할인되는 5만원을 맞추기 위해 장 보는 중간중간 계산을 한다. 7980원짜리 애플 수박을 샀는데도 아직 모자라다. 별수 없이 큰맘 먹고 1만3980원 햇반 상자를 더 담는다. 이제 총금액은 5만890원. 이마트 앱을 켜 결제를 진행한다. 이윽고 5%가 할인된 4만8310원이 결제됐다. '2580원.' 신세계 멤버십 가입으로 할인받은 실질 혜택이다.
신세계가 지난 8일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내놨다. 이마트·쓱닷컴·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신세계면세점·G마켓 등 6개 온·오프라인 계열사가 통합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회비는 3만원. 멤버십 가입시 "연봉 5% 상승 효과가 있을 만큼 할인 혜택이 많다"는 게 강희석 이마트 대표의 설명이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인지 30대 나홀로족 직장인 입장에서 직접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체험해 봤다.
이제 나도 유니버스 회원
지난 13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멤버십에 가입했다. 먼저 신세계 포인트 앱을 깔았다. 여기서 6개 계열사 중 어디로 가입을 할 건지 정하면 된다. 어디로 가입하든 해당 가입처에 연회비 3만원에 상응하는 쿠폰과 캐시를 준다. 마침 장을 볼 일이 있어 이마트를 선택했다. 연회비를 결제하자 곧바로 e머니 3만원과 5% 할인 쿠폰이 나왔다.
이후 이마트 영등포점을 찾아가 장을 봤다. 다만 할인 체감율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5만원 이상 구매시 5% 할인 조건이 걸려있던 탓이다. 5% 할인도 최대 3000원까지로 제한된다. 혼자 사는 입장에서 5만원을 채우기 쉽지 않았다. 들고 갈 장바구니가 무거워질 것도 고려해야 했다. 그럼에도 필요 이상 물건을 담아 5만원을 맞췄다. 멤버십 가입 시 제공 받은 e머니 3만원이 없었다면 그냥 B마트나 쿠팡을 사용했을 것 같았다.
이튿날 오전에는 스타벅스 시청역점을 방문했다. 스타벅스는 나름 혜택 체감율이 높았다. 멤버십 회원은 일반 회원보다 리워드 제도인 '별'을 1개 추가 적립해 총 2개를 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 카드를 발급받아 스타벅스 앱에 등록해 멤버십 혜택을 제시하면 된다. 이외에도 멤버십 혜택을 '사이렌 오더'로 사용할 수 있게 바뀐 부분도 긍정적이었다.
백화점과 쓱닷컴은
백화점은 절반의 만족도였다. 최대 25만원의 5% 할인율이 제공된다. 의류와 주류 등 고가품을 살때 유용해 보였다. 100만원의 제품을 사면 5만원은 할인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일반 상품 등에선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어 보였다. 기자는 반스 매장에서 4만5000원 반팔 티셔츠를 사고 2250원을 할인받았다. 이후 네이버 쇼핑을 찾아보니 같은 제품이 갤러리아몰에서 3만6000원에 팔리는걸 확인했다. 5% 할인이 다소 무색한 순간이었다.
'핵심'인 쓱닷컴도 이용해봤다. 멤버십 가입 기념으로 5%·7% 할인 쿠폰을 받았다. 다만 자체 할인 행사는 물론 다른 쿠폰과 중복 적용이 불가능해 아쉬웠다. 평소 사고 싶던 아디다스 운동화가 '스포츠 쓱세일' 명목으로 20% 할인 중이었지만 유니버스 멤버십 쿠폰은 활용할 수 없었다. 특히 배송 관련 혜택이 전무했다. 쿠폰을 다 쓰고 나면 딱히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여러모로 나홀로족의 이목을 끌기는 역부족이었다.
결론적으로 아직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은 '절반의 완성'으로 보였다. 할인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경쟁사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금액 제한이 걸린 각 사의 쿠폰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각 계열사 채널을 참고하며 할인율을 계산하는 과정도 다소 피로했다. 가입 캐시를 다 쓰고 나면 딱히 멤버십을 유지할 것 같지 않았다.
'유니버스'와 '각개전투' 사이
가장 큰 문제는 할인을 제외하면 강력한 '한방'이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쿠팡(와우 멤버십)은 쇼핑 이외에도 강력한 유인 포인트가 있다. 여러 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네이버 플러스 포인트'와 '로켓배송 무료 배송·반품' 혜택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이들은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청권도 갖고 있다. 모두 '직관적'이고 '명료한' 혜택이다. 단순 쿠폰·캐시에 의존하고 있는 신세계와 다른 점이다.
각종 앱 설치와 가입으로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서 '최대' 할인을 받으려면 신세계포인트 앱, 쓱페이 앱, 계열사 앱 등을 설치하고 총 2~3차례 본인인증과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각 매장마다 개별 앱을 제시해 결제해야 한다. 어찌보면 사실상 유니버스가 아닌 '각개전투'다. 네이버, 쿠팡은 하나의 앱으로 멤버십 가입부터 혜택까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것과 비교된다.
물론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혜택과 서비스들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 신세계의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쿠폰 등 할인 혜택이 계열사마다 달랐던 것은 각 계열사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차이에 맞춰 혜택을 설계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멤버십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외부 기업과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강희석 대표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멤버십은 그 범위를 그룹 계열사로 한정 짓지 않은 오픈 플랫폼 구조로 설계됐다"면서 "대한항공과 KT 등과 협업해 포인트 적립 마일리지 사용 등이 구현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행 플랫폼과 OTT에서도 협업 제안이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더욱 확장된 멤버십 혜택을 선보 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