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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의 '짝퉁과의 전쟁' 통할까

  • 2023.12.06(수) 17:27

최저가로 국내 영향력 키운 '알리'
"100억원 투자해 가품 퇴출 강화"
반중·경쟁자 급증은 확장성 '변수'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의 대표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다. 직구·역직구 등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사업을 바탕으로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중국과의 유통과정을 생략한 덕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짝퉁'의 이미지가 깊게 각인돼있다. 이에 따라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내 물류센터 설립 등을 통해 '짝퉁' 꼬리표를 떼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변수도 있다. '반중' 정서와 기존 국내 플레이어들의 반격이다. 

최대 약점은 '짝퉁'…"적발시 무조건 환불"

"한국은 알리바바 그룹에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구매자 시장이자 셀러 마켓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항상 큰 책임감을 느껴왔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와 소비자 권익 강화에 3년간 100억원을 투자하겠습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6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해 '프로젝트 클린' 등 조치를 시행한다"며 "가품 신고 간소화 등 조치로 한국 사업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지원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프로젝트 클린의 목적은 '셀러 검증 강화'다. 이를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어 전용 지적재산권 보호 포털을 개설했다. 이곳에서 소비자는 가품 의심 상품을 증빙서류 제출 없이 100% 환불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알리의 설명이다. 암행어사 검증 방식인 '미스터리 쇼퍼'도 시행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제3자 독립기관과 함께 셀러 들의 제품을 무작위 검사하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도 한국 브랜드 보호 전담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검증 시스템도 도입했다. 알리 측은 판매명, 로고, 이미지, 가격 등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가품 여부를 식별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알리는 가품 판매 셀러에겐 영업 정지 등 강력한 페널티 부과를 예고했다. 레이 장 대표는 "지난 두달 간 가품 의심 상품 97만7151개를 삭제하고 7550개의 한국 브랜드 보호를 강화했다"면서 "1993개 상점이 해당 정책 위반으로 문을 닫는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알리가 꿈꾸는 미래는

이날 알리익스프레스는 광군제 등 국내 성과와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지난달 8일 열렸던 광군제에 힘입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전제품과 가구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213%, 475% 올랐다. 특히 의류 등 판매 증가로 여성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199%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여성 사용자수가 386%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소비자뿐만 아니라 셀러 마켓 영역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10월 한국 제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K-베뉴' 채널을 신설했다. 현재 한국P&G, 애경, 깨끗한나라, 쿤달, 유한킴벌리, LG생활건강 등 기업이 입점 중이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 셀러 등의 입점도 추진한다. 레이 장 대표는 "한국 현지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일조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외 직구액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내년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레이 장 대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5일 이내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위해 현지 물류센터 신설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송의 경우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한국의 파트너인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11번가 인수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최근 11번가는 현재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지분 재매각 포기로 강제 매각 위기에 놓였다.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 알리바바 그룹이 언급되고 있다. 레이 장 대표는 "11번가 인수와 관련해 어떤 계획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의 고객 경험 향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소비자 달래는 진짜 속내는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이번 대책을 '사전 리스크' 제거로 보고 있다.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전에 최대 약점인 가품 논란부터 지우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의 계획이 잘 이뤄질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품 등 사기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국감에서도 큰 이슈였다.

실제로 가품 퇴출 강화를 선언한 이날도 여전히 짝퉁 제품이 검색된다는 지적이 나욌다. AI와 무작위 검사 조치까지 내놨지만 제품의 수가 너무 많은데다, 아직 정교하지 않아서다. 셀러 패널티 강화도 효과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영업 정지를 당해도 다시 가상 계정을 만들어 판매에 나서면 막을 수 없다. 특히 최근 국내 반중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중국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는 알리에게 여전히 높은 벽이다.

/ 그래픽=비즈워치

국내에 이미 직구·역직구 등 경쟁 플랫폼이 늘어난 것도 변수다. 예전엔 강자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경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다. 큐텐은 지난해부터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 등 플랫폼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이천에 신규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이외에도 쿠팡,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등도 크로스보더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리가 광군제 등으로 국내 영향력이 커지자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다만 국내 이커머스 역시 크로스보더 역량이 커지면서 가격 등 경쟁력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중국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큰 상황에서 확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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