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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나트륨 범벅' 편의점 도시락의 오해와 진실

  • 2023.12.24(일) 13:00

[생활의 발견]편의점 도시락 성분 이야기
방부제 넣었다는 편견 많지만 사실 아냐
육류 위주 구성에 나트륨 등 많은 건 사실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바쁜 현대인의 친구

편의점 도시락 좋아하시나요? 저는 편의점 도시락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먹는 편인데요. 사실 편의점 도시락이 좋아서라기보단, 밥을 차릴 시간은 없고 배달 음식은 땡기지 않을 때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를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제육볶음 도시락 같은 뻔한 메뉴가 아니라 치즈돈까스, 마라치킨 등 취향을 저격하는 메뉴들이 꽤 많아서입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얼큰한 찌개가 곁들여지는 '찌개 도시락'도 있더군요. 10년 사이에 강산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확실히 변한 것 같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사진제공=BGF리테일

메뉴뿐만 아니라 가격도 많이 변했습니다. 2000원 안팎이던 편의점 도시락이 이제는 4000원대가 기본이구요. 5000원을 넘는 것도 많습니다. 한정판으로 나오는 장어 덮밥 같은 제품들은 1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죠. 그래도 식당 물가보다는 여전히 저렴합니다.

맛도, 가격도 변했지만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편견'입니다. '편의점 도시락에는 방부제가 많이 들어 있다', '편의점 도시락은 나트륨 덩어리다',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같은 이야기들이죠.

편의점들은 정말 이렇게 몸에 좋지 않은 도시락을 우리에게 팔고 있는 걸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함께 떠나 보시죠.

상하지 않는 밥

사람들이 편의점 도시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건 '밥'입니다. 언제 지어진지도 모르는 밥이 냉동되지도, 밀봉되지도 않은 채 매대에 쌓여 있는데 전혀 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몇 년 묵은 쌀로 밥을 짓고 식용유에 담가 윤기를 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편의점 도시락의 밥을 물에 말아 봤더니 기름이 둥둥 뜨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관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편의점 도시락의 밥에는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실은 방부제를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도시락에 붙어 있는 제조일자를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GS25의 '혜자 도시락'을 살펴보는 배우 김혜자 씨/사진제공=GS리테일

우리가 오늘 먹는 도시락은 90% 이상이 전날 오후 제조된 제품들입니다. 밥이 지어진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거죠. 잘 안 팔려서 하루를 편의점에 묵혀 둔다 해도 이틀, 약 40시간 안팎입니다. 그동안 밥은 냉장 시스템 내에서 보관됩니다. 밥이 상할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쌀 역시 요즘은 사용하는 품종까지 기재할 만큼 품질에 자신을 갖고 있는 게 편의점입니다. CU는 전라남도와 손잡고 '새청무쌀'을 단일미로 사용해 도시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삼광미'를 사용합니다. 햅쌀이 나오는 10월 이후엔 햅쌀로 쌀을 바꾸기도 하죠.

'식용유' 건은 살짝 오해가 있습니다. 예전 편의점 도시락은 쌀에 윤기를 더하고 밥마름을 방지하기 위해 참기름을 바르곤 했습니다. 김밥용 밥에 참기름을 두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게 '유해성의 증거'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이제는 어느 편의점도 밥에 기름을 버무리지 않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은 '나트륨 폭탄'일까

밥에 대한 오해와 달리, 나트륨이 많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편의점 도시락 10개를 분석한 결과, 도시락 한 개당 나트륨 함량이 1101~1721㎎으로 일일 권장량의 55~86%에 달했습니다. 하루 두 끼를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면 나트륨 일일 권장량의 110~172%를 먹게 되는 셈이죠.

특히 편의점 도시락은 10~30대가 주 소비층인 만큼 이들이 선호하는 맵고 짠 반찬, 튀김, 육류 비중이 높습니다. 실제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았던 GS25의 '11가지 찬많은 도시락'은 밥과 치킨까스, 제육김치볶음, 간장제육, 그릴비엔나볶음, 만두돈까스, 동그랑땡, 어묵볶음, 계란말이, 묵은지볶음, 고추조림, 단무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부분 짜고 기름진 반찬류입니다. 

GS25의 김혜자 도시락/사진제공=GS리테일

하지만 이 역시 편의점 도시락의 특성이라기보단 '한식'의 특성으로 보는 게 맞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한식이 기본적으로 나트륨 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식단이라는 겁니다. 

실제 질병관리청의 2021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80㎎에 달합니다. 편의점 도시락에 나트륨이 많은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식단에 나트륨이 많은 겁니다. 편의점 도시락이 '평범한 한국인의 식사'라는 설명에 설득력이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일주일 내내 편의점 도시락만 먹는다면 몸에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건 '편의점 도시락'때문이 아니라, 식사 한 끼조차 천천히 즐길 수 없는 생활 환경 때문 아닐까요.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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