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5월 K패션의 수출을 지원하는 B2B 플랫폼 'K패션82'를 만들었다. 지난 9월에는 K패션82의 이름을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이하 하이퍼그라운드)'로 변경하고 B2C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일본 오사카의 한큐백화점 한큐우메다본점에서 K패션 팝업 프로젝트를 펼치는 중이다. 칼린, 레스트앤레크레이션, 다이애그널 등의 14개 브랜드가 하이퍼그라운드 팝업을 통해 일본 현지 고객을 만나고 있다.
B2B서 B2C로
하이퍼그라운드의 기본 사업은 온라인 도매 채널이다. 이 온라인 도매 채널을 통해 국내 신생·중소 패션 브랜드와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고 계약·통관·물류 등 수출 절차를 대행한다. 하이퍼그라운드 웹사이트에는 지난 10월 기준 25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하이퍼그라운드는 입점 브랜드들과 함께 지난해 세계 최대 패션 수주 박람회인 파리 트라노이 쇼를 포함해 20여 차례 해외 오프라인 행사에도 참여했다. 하이퍼그라운드 출범 첫해인 지난해 53억원의 수주 상담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아직 낯선 한국 패션 브랜드를 알리는 데 B2B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해외의 현지 소비자들에게 직접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해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이는 게 필요했다. 이에 신세계는백화점은 B2C 사업을 시작하고 브랜드의 시장성을 가늠하기 위한 현지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했다.
지난 9월 사업의 이름을 K패션82에서 하이퍼그라운드로 변경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다. 하이퍼그라운드를 담당하는 김창록 신세계 패션플랫폼팀장은 "하이퍼그라운드는 신세계 센텀시티의 K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와 명칭이 동일하다"며 "MZ 고객의 성지가 된 장소와 동일한 명칭을 쓰면서 해외 현지 MZ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에서 뷰티로
하이퍼그라운드는 지난해 말 태국에서 한 차례 팝업스토어를 연 후 현재는 일본 오사카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사카 랜드마크인 한큐백화점과 손을 잡았다. 한큐우메다본점은 일본 전역 백화점 중 매출(거래액 기준) 규모 2위인 점포다. 신세계는 한큐백화점으로부터 관심 있는 브랜드 명단을 받은 후 직접 해당 브랜드의 관계자를 만나 설득해 팝업스토어를 준비했다.
김 팀장은 "이번 팝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14개 브랜드 중 절반은 해외에 처음 진출하는 브랜드"라며 "해외에 진출하지 못했던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이퍼그라운드가 일본을 고른 건 이 시장에서 K패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K엔터테인먼트, K뷰티 등의 성공에 자극받은 K패션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일본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들의 호응이 겹치며 현지에서 수요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K패션 시장이 초기에는 중저가의 가성비 중심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일본에 진출했다면 향후에는 퀄리티 중심의 중고가 상품들이 백화점이나 로드숍 같은 채널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이퍼그라운드의 팝업스토어에는 많은 K패션 팬들이 찾아오고 있다. 김 팀장은 "실제 매장에는 기존에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팬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일본 현지에서의 인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이퍼그라운드는 이 같은 팝업스토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 도쿄의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를 연다. 하반기에는 동남아 또는 유럽의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하이퍼그라운드는 한편 K뷰티의 수출 지원에도 나선다. 김 팀장은 "박람회, 수주회 등을 통해 만난 해외바이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K뷰티 상품에 대한 니즈가 컸다"며 "내년부터는 K-뷰티 브랜드의 수출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이퍼그라운드는 내년 6월 라오스 비엔티안 백화점에 K뷰티 상품을 판매하는 상설 매장을 열고 K뷰티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