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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잡아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식품관 내 슈퍼마켓을 '신세계 마켓'으로 리뉴얼 해 재개장 했다. 지난 2009년 이후 16년 만의 슈퍼마켓 리뉴얼이다. 매장 규모도 서울권 백화점 중 최대인 600평(약 1980㎡)으로 확대했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VIP(우수 고객)'다. 슈퍼마켓은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만큼 백화점 식품관 안에서도 가까운 상권 주민들의 이용률이 가장 높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은 서초·강남 상권에 위치해 있어 VIP의 비중이 높다. 실제로 리뉴얼 이전까지 식품관 내 슈퍼마켓의 매출 중 60%는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한 VIP 고객에게서 나왔다.
신세계는 VIP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백화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프리미엄 식품과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들의 의견도 청취해 반영했다
특히 신세계 마켓은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정 회장은 매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체크하며 리뉴얼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시장에 온듯
신세계 마켓이 10개월간의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27일. 오전 10시30분쯤부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주변에는 킴스클럽 강남점 외에는 대형마트가 없어 신세계 마켓의 오픈을 기다리는 고객이 많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마켓의 매장 디자인과 진열에서부터 럭셔리 한 이미지를 담었다. 매장 인테리어는 '러시안 바로크' 양식을 사용해 우아하면서도 예술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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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마켓 입구 정면에서부터 과일, 채소와 정육, 수산 등 신선식품 코너가 이어진다. 이곳은 마치 유럽의 시장을 거닐며 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채소와 과일은 상품을 낱개로 쌓아 진열하는 벌크형 매대를 적극 활용했다. 정육 코너 역시 보관 상품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도록 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수산 코너에서는 국내 최초로 프랑스 파리의 봉 마르쉐, 라파예트 같은 고급 백화점이 사용하는 유리장 쇼케이스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수산 코너 특유의 비린내 없이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단순히 매장 인테리어에만 공을 들인 것이 아니다. 각 신선식품 코너에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식재료들을 대거 선보이며 차별화했다. 신세계 마켓은 '원에이커팜'에서 직거래로 납품 받는 스마트팜 채소와 허브류 등 특수 채소 등의 품목 수를 30% 가량 늘렸다. 또 신세계가 지정산지를 통해 납품 받는 '셀렉트팜' 상품도 확대했다. 아말피 레몬, 파파야와 같은 해외 유명 과일도 국내산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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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 코너에서는 백화점 업계 유일의 정육 PL(자체 브랜드)인 '신세계 암소한우'와 '신세계 프라임 포크'를 확대해 선보인다. 신세계는 2021년부터 직원들이 매매참가인(매참인) 자격증을 획득하고 직접 경매에 참여해 품질 좋은 한우와 돼지고기 상품을 매입하고 있다.
수산 코너에서는 제주 해녀 해산물을 새롭게 브랜딩한 '해녀의 신세계'를 선보인다. 제주도의 10개 어촌계와 협업해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원물을 항공 직송으로 받아 선보인다. 보말, 톳 등 생소한 해녀 해산물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시화당, 스시도쿠 등 셰프 브랜드와 함께 개발한 조리 상품도 판매한다.
럭셔리 식재료에 맞춤 서비스까지
신세계 마켓은 그로서리(식료품) 매장을 면적을 기존보다 두 배 늘리고 최고급 식재료를 선보인다. 이탈리아의 명품 트러플 브랜드 '타르투플랑게'의 생 트러플을 오프라인 채널 단독으로 판매하고, 프랑스 최초 캐비아 브랜드 '프루니에'의 캐비아도 선보인다.
또 신세계 마켓은 치즈, 커피 원두, 꿀 등의 소분 판매도 도입했다. 원두와 치즈는 200g 이상 포장된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세계 마켓은 고객이 조금씩 맛보고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소분 판매 방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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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커팅 또는 그라인딩 해준다. 샤퀴테리, 올리브 등과 함께 '플래터' 형식으로도 판매한다. 원두는 세계 로스터리 대회 챔피언이 만드는 커피, 일본 로스터리 장인들의 커피 등을 판매한다. 또 1년 내내 세계적인 바리스타를 초청해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한다. 현재는 호주를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마켓 레인'의 CEO와 수석 바리스타가 신세계 마켓에서 드립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양곡 코너에서는 사전 기획한 프리미엄 쌀을 판매한다. 평당 식재되는 벼의 수를 줄인 '소식재배미',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유기재배미' 등이 대표적이다. 고품질 쌀로 현장에서 직접 만든 떡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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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신세계 마켓이 대거 선보인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양곡 코너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분도수에 맞춰 즉석 도정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고객이 원하는 쌀 품종을 선택하면 1분도미(현미)부터 12분도미(백미)까지 주문에 따라 도정한 뒤 포장해 가져갈 수 있다.
또 신세계 한식연구소 '발효:곳간' 매장에선 국내 최초로 육수팩 제조 서비스를 선보인다. 국내 각지에서 공수한 건어물(멸치, 디포리, 새우 등)과 건채소(대파, 버섯 등)를 바구니에 골라 담으면 즉석에서 분쇄해 티백 형태로 만들어준다. 고객이 원하는 재료를 고르면 적정 비율의 육수팩 구성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품격 있는 식품관으로
이와 함께 신세계 마켓은 한식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정식을 맛보고 싶다는 VIP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가정식 전문관도 확대했다.
신세계가 가장 힘쓴 코너 중 하나는 반찬 및 델리 코너다. 신세계는 고객 의견을 바탕으로 한식 외에도 일식, 중식 등의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반찬 코너의 면적도 기존보다 70% 가량 늘렸다. 불고기나 돈까스 등 델리(즉석 조리) 상품도 '신세계 암소한우'와 '신세계 프라임 포크'의 고기를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양념을 미리 묻히지 않아 눈으로 원물의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세계 마켓에서는 명문가 요리 선생님으로 불리는 우정욱 셰프의 새 간편식 브랜드 '수퍼판 델리'도 단독 론칭했다. 이 브랜드 유치를 위해 신세계 바이어가 6개월간 공을 들였다. 수퍼판 델리에서는 한식의 요소가 가미된 양식 메뉴를 중심으로 특별한 날에 내어도 손색없는 가정식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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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조서형 셰프(장사천재 조사장)가 론칭한 반찬 브랜드 '새벽종'도 신세계 마켓에 단독 입점했다. 그간 명절 시즌에만 잠깐 운영했던 전·튀김 역시 정식 코너로 입점시켜 상시 판매한다. 또 백화점업계 최초로 스프 스탠드도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총 11종의 스프를 컵에 담아 판매한다. 고객이 원하는 크기의 컵에 원하는 스프를 골라 담아갈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세계 마켓은 기존에는 판매하지 않았던 영유아식 코너도 신설했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 중 워킹맘 등 여유아식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이 코너에서는 정기 구독 배송 서비스도 운영한다. 또 당뇨 식단, 다이어트 식단 등을 포함한 케어푸드 브랜드도 별도로 론칭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신세계 마켓 오픈에 이어 오는 28일 신규 F&B 매장도 추가로 연다. 프랑스 파리에서 인기가 높은 빵짐 '보앤미' 국내 1호점, 미국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인텔리젠시아 커피' 등이 들어선다. 올 하반기에는 델리·건강식품 매장의 새 단장을 통해 6000여 평(약 2만㎡)의 국내 최대 식품관을 완성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