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자체 브랜드(PB)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일부 수입 브랜드들과의 계약 종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우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중장기적인 성장 발판 마련에 나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애써 키워놨더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한 건 2023년부터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매출은 1조3543억원으로 12.8% 줄었고, 영업이익은 1153억원에서 487억원으로 급감했다.
보복 소비와 리오프닝에 따른 특수가 기저 부담으로 전환된데다, 그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와 '끌로에' 등의 연이은 이탈까지 겹친 탓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들의 빈자리를 다른 수입 브랜드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2023년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꾸레쥬'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미국 브랜드 '더로우', 영국 브랜드 '에르뎀', '피비 파일로' 등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신명품 브랜드인 미국의 '할리데이비슨', 미국 엑티브웨어 '뷰오리'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 니즈를 고려해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리포메이션', '판가이아' 등도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추가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대체 브랜드들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연간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259억원, 4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9.6% 감소한 수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96년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수입 의류의 판권을 확보해 사업을 전개해온 탓에 해외 브랜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국내 패션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 브랜드들이 국내 패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수입 브랜드들이 유통기업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했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직진출로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사업 운영에 나선다. 셀린느와 끌로에뿐만 아니라 패션그룹 OTB의 디젤·질샌더·메종 마르지엘라·마르니, 스웨덴 패션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 등 3년 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품을 떠난 패션 브랜드만 7곳에 달했다.답은 해외에 있다
직진출 리스크를 줄이고 회사의 고꾸라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꺼내든 카드는 '자체 브랜드'다. 통상 자체 브랜드는 수입 브랜드 대비 10%가량의 수익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로열티를 따로 지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나 아시아 등 한정적인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대부분 수입 브랜드들과 달리, 자체 브랜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출 비중이 1%대에 머물러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글로벌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 성장을 꾀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해외 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예정이다.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판로를 확대할 생각이다. 진출 국가에선 자체 브랜드를 드럭스토어와 편집샵 등 다양한 현지 온·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인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회사인 신세계톰보이의 여성 캐주얼 '빅3'(스튜디오 톰보이·보브·지컷)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콘셉트와 디자인 전략 재정비 등 리브랜딩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이들 브랜드는 자체 브랜드 중 유일하게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튜디오 톰보이의 경우 오프라인을 넘어 글로벌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 내 공식 브랜드관을 통해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적극적인 리브랜딩과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자체 패션 브랜드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디자인과 마케팅 역량 강화, 최적의 투자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메가 브랜드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