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리빙·라이프스타일 계열사 신세계까사가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2018년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이다. 신세계까사는 올해 수면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인수 직후 적자 전환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20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7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흐름대로라면 신세계까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022년의 역대 최대 기록(2681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흑자 전환도 가능할 전망이다.
신세계까사가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다면 신세계그룹 편입 이후 첫 흑자 전환이 된다. 신세계그룹이 긴 시간 투자를 집중한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신세계까사(옛 까사미아)는 1982년 12월 서울 압구정의 한 상가건물에 가구,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시작했다. 아파트 건설 붐이 일던 1992년 법인으로 전환한 후 가구전문점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신세계까사는 201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성장해온 우량기업이었다. 2011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4년까지 매년 영업이익률이 1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수익성도 좋았다.
신세계그룹이 이런 신세계까사를 인수한 것은 2018년 초였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 후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였다. 신세계그룹은 리빙, 가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신세계까사를 1800억원에 인수했다.
그룹이 보유한 백화점, 쇼핑몰 등 대형 유통망과 신세계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세계까사 인수는 2015년 당시 정유경 신세계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후 처음으로 주도한 인수합병(M&A)으로도 주목 받았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인수 직후였던 2018년 5월 예기치 못한 '라돈 침대' 사태가 터진 것이 문제였다. 신세계까사는 리콜 비용의 영향으로 신세계그룹 편입 첫해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까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9년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이래 처음이었다.
'매출 확대'에서 '효율화'로
적자로 전환한 후에도 신세계까사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출점에 나섰다. 가구는 직접 매장에서 보고 한번에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여럿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신세계까사는 신세계그룹 유통망을 중심으로 매년 10~20여 개의 신규 매장을 열며 단숨에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100여 개로 늘렸다. 신세계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200억원,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신세계까사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까사는 단숨에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까사의 매출액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2018년 1096억원에서 2019년 1184억원, 2020년 1635억원, 2021년 2301억원, 2022년 2681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문제는 적자였다. 신세계까사는 2018년 적자로 전환한 후 단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까사의 영업손실은 2018년 4억원에서 2019년 173억원, 2020년 107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 적자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2022년에는 다시 277억원까지 늘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2022년 10월 김홍극 대표에게 신세계까사를 맡겼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수익성 위주로 사업 전략을 짰다. 대형 매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보다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현재 까사미아는 신규 매장 오픈과 함께 노후화 된 매장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권 내 매장을 정리하는 식으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상품 개발과 관리, 운영 등 전체 업무 프로세스의 고도화도 추진했다. 상품 개발 전 트렌드 조사를 철저히 해 불필요한 업무 과정을 없애고 생산과 재고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신세계까사는 2023년 영업손실을 169억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새 먹거리는 '수면'
일부 체질 개선에 성공한 까사미아는 지난해 다시 신규 브랜드와 제품 출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심산이다. 지난해 신세계까사는 까사미아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다수 출시했다. 이를 통해 가구업계 불황 속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상품을 리뉴얼하고 인기 제품의 경우 라인업도 늘렸다.
대표적인 것이 '캄포'다. 캄포는 까사미아가 2019년 선보인 소파 제품이다.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캄포의 라인업을 가죽 소파, 다이닝 가구, 온라인 전용 제품 등으로 늘리며 캄포를 리빙 브랜드로 확대했다.
또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를 수면 전문 브랜드로 전환, 확대했다. 수면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생기면서 침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라는 데에 착안했다. 지난해 신세계까사는 마테라소 전문 매장을 늘리면서 총 6개의 매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까사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김홍극 대표는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라이프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김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올해 '자주(JAJU)'의 리브랜딩 작업을 지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올해 신세계까사에서는 마테라소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더불어 마테라소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세분화된 고객 취향을 반영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는 한편 상품 카테고리도 매트리스, 침대, 침구, 소품류로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마테라소 전문 매장을 연내 3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트렌드와 고객 반응을 반영한 신상품을 출시하고 캄포, 마테라소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3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마테라소 육성을 본격화 해 수면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