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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침체된 '블랙' 동대문 상권 '화이트'로 살린다

  • 2025.03.13(목) 15:14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 오픈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1400평 규모 조성
1인용 사무 공간 마련…중소 브랜드 지원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 내 재봉실./사진=윤서영 기자 sy@

무신사가 'K패션의 중심'으로 꼽히던 동대문 상권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동대문은 한때 국내 패션 산업의 성장을 이끈 곳이다. 다만 최근 온라인으로 수요가 옮겨간 데다, 중국산 원자재 공습으로 찾는 발길이 줄었다. 무신사는 이곳에서 K패션의 중흥기를 이끌겠다는 포부다.저력 있다

무신사는 지난 10일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을 오픈했다. 2023년 신당점의 문을 연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개점으로 서울에 있는 무신사 스튜디오는 총 6곳이 됐다. 무신사는 현재 동대문 종합시장점, 신당점을 비롯해 한남 1·2호점, 성수점, 동대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의 회의실 내부 모습./사진=무신사 제공

무신사는 동대문 종합시장 내 A동과 C동 4층에 거점을 마련했다. 성수점은 7개 층, 신당점은 5개 층이지만 동대문 종합시장점은 1개 층이 전부다. 대신 단일 층 기준 최대 규모로 조성했다. 자그마치 1400평 수준이다. 상가의 특성을 고려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무신사가 동대문 종합시장을 낙점한 건 패션 생태계가 집약된 공간이라서다. 동대문 종합시장은 원단과 의류 부자재, 생산, 도·소매까지 모두 아우르는 통합 쇼핑몰이다. 1970년대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으로 출발해 50여 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 역시 상징적인 요소로 꼽힌다.'원스톱' 구조

스튜디오 입구에 들어서면 화이트톤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대문점 인테리어의 핵심이 되는 컬러가 블랙인 만큼 동대문 종합시장점은 이와 반대되는 색을 활용했다. 모던함이 돋보이는 동대문점과 달리 깔끔하면서도 화사한 분위기였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의 '워크룸'./사진=윤서영 기자 sy@

동대문점이 의류 브랜드 중심이라면 동대문 종합시장점은 디자이너, 생산 업체들에 특화된 공간으로 구성했다. 재봉실과 워크룸 등이 대표적이다. 재봉실에는 재봉틀과 판다리미 등을 갖춰 소량 생산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워크룸에선 전용 검수대를 통해 의류 샘플과 완제품을 검사할 수 있었다. 이외에 의류 도면을 그릴 수 있는 패턴실 공간도 눈에 띄었다.

사무실 공간은 총 180개다. A부터 D까지 4가지 존으로 나눴으며 최소 1인실에서 최대 25인실까지 다양했다. B존에는 평화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5인실이 마련돼 있었고, D존은 1~2인실이 위주였다. 또 소형 회의실 2개와 5곳의 대형 회의실, 70명 이상이 동시에 사용 가능한 공용 라운지도 갖췄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 내 1인용 사무실./사진=윤서영 기자 sy@

기존 지점들과의 차별점 중 하나는 1인실이다. 전체 사무실의 약 20%를 1인실로 구성했다. 개수로는 35개다. 이곳은 인력이 적은 신진·중소 기업들의 수요가 높다. 다인실이더라도 입주사들이 한 자리만 임차해 사용할 수도 있다.

물류 서비스를 강화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무신사는 입주사가 상품 포장·배송 작업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패킹존을 마련했다. O.A존에는 택배 송장 출력기를 비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CJ대한통운과 협력해 택배 단가도 건당 1000원 후반대(극소형 제품 기준)로 낮췄다. 온라인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 스튜디오를 통해 출고되고 있는 택배 물량은 월평균 5만개다.선순환 앞장

무신사는 이번 스튜디오가 패션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근에 3만개가 넘는 원단, 부자재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 종합시장만 하더라도 3층에는 800개 이상의 원단 업체가, 5층에는 500여 개 액세서리 부자재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입주사 역시 유통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포토그래퍼, 패션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업계 종사자들과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지점과 상관없이 입주 기업 간 협업도 가능하다. 이제 막 패션 시장에 진출한 입주자들을 위해 회계·세무와 같은 업무 교육도 제공한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의 라운지 모습./사진=무신사 제공

무신사는 중소 브랜드들의 효율적인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거점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패션 생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최신 트렌드, 시장분석이 쉬운 상권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현재 무신사 스튜디오가 모두 서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방으로의 확장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수익성을 내기보다 소규모 브랜드들을 지원하고자 만든 공유 오피스"라며 "평균 입주율은 70~80% 수준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80%의 입주사가 재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사가 비즈니스에 몰두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도입할 예정인 만큼 이를 토대로 추가 지점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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