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로봇 'D20'이 몸 속으로 들어와 위와 장 속의 유해균과 전투를 벌인다. D20과 함께 몸 속의 유해균을 물리치는 건 내 몫이다. 얼굴에는 VR 고글을 쓰고 손에는 유산균 총을 쥔 아이들이 유해균을 향해 유산균 총을 쏴 유해균을 쫓아낸다. 모든 유해균을 물리치면 '대장 유해균'이 나타나 최종 결전을 벌인다. 테마파크나 체험형 오락실의 풍경이 아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기업 hy가 준비한 '팩토리+' 견학로의 모습이다.
hy팩토리
hy의 공장견학 프로그램 'hy팩토리'는 hy의 발효유 생산 공정을 보여주는 산업 관광지다. 2019년 개설한 후 온·오프라인 누적 방문객이 50만명을 넘어서며 국내 식품산업의 대표 견학 모델로 자리잡았다.
이런 영향력을 인정받아 이달 초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5년 신산업관광 육성 사업 K푸드 분야'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신산업관광은 한국관광공사의 전략사업 중 하나다. hy의 팩토리+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할 만큼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다는 이야기다.
팩토리+는 기존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장들처럼 단순히 생산 시설을 소개하고 먼 발치에서 구경하는 보여주기식 견학 프로그램에서 한 발 나아갔다. 전문 도슨트와 함께 유산균 음료 생산 과정을 직접 보고 설명을 들은 후 다양한 체험을 통해 유산균의 효능을 익힐 수 있다. 지난 25일 hy 평택 공장을 찾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 봤다.
눈높이 교육
hy의 투어 프로그램은 월~금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이날도 제한 인원인 20명이 꽉 찼다. 아이들이 절반, 아이와 함께 온 부모가 절반인 구성이다. 대체로 이런 '학습 프로그램'은 아이들보다는 부모의 니즈가 크다. 기왕이면 '교육적인 콘텐츠'를 원한다. 문제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은 대체로 아이들에겐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어른들을 위한 교육적인 프로그램과 시큰둥한 아이들. 이날도 그런 풍경을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1시간이 훌쩍 넘는 견학 시간 동안 견학로를 벗어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기자도 순간순간 감탄할 만한 구성이 돋보였다.
초반부엔 유산균 음료들이 자동화된 시설에서 제조되는 모습을 보며 제조 과정과 공장의 풍경을 보여주는 '교과서적' 견학이었다. 다만 오로지 투어만을 위해 고용된 전문 도슨트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산균 음료 제조 과정과 공장의 설비를 설명해 주는 점은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장 내부 견학 코스 중엔 유산균을 배양하는 탱크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설치물과 야쿠르트를 형상화한 통로 등이 눈에 띄었다. 공장 전체 조감도와 화면을 연결해 각 공장에서 담당하는 업무를 설명해 주는 지도도 인상깊었다. 야쿠르트 병을 만드는 합성수지를 직접 만져보고, 어떻게 성형돼 병 모양이 완성되는지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공간도 '교육적'이었다.
테마파크입니까
사실, 팩토리+ 견학이 여기에서 끝났다면 기사는 나오지 않을 뻔했다. 물론 그랬다면 한국관광공사가 신산업관광 육성 사업으로 지정하지도 않았겠지만. 위층으로 올라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체험 견학'이 시작된다.
우선 유산균이 움직이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유산균이 '좋은 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다음엔 인체 모형의 여러 부분에 야쿠르트 병을 올려놓으며 유산균이 우리 몸의 각 부분에서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유산균과 친밀해지는 시간을 갖고 나면 모두 함께 거대한 입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내가 유산균이 돼 사람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체험'이다. 사람 얼굴만한 치아와 목젖을 지나 프로바이오틱스가 활약하는 위에 진입하면 유산균 로봇 'D20'이 프로바이오틱스가 위와 장에서 어떻게 유해균을 무찌르는지 알려주는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위와 장을 지나 거인의 몸 밖으로 빠져나오면 이제 실제로 유해균을 무찔러 볼 시간이다. VR고글을 쓰고 유산균 총을 든 채 몸 안으로 들어가 유해균과 싸우는 리얼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유해균을 무찌를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고, 마지막엔 최종 보스인 대형 유해균이 등장하는 등 구성이 알찼다.
VR체험을 마치고 밖에 나오면 거대한 야쿠르트 병에서 쏟아지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찾아내는 게임을 또 한 번 즐길 수 있다. 모든 체험이 끝나면 당연하게도(?) 시원한 야쿠르트 한 잔을 하는 시간이 기다린다. 매일 마시던 야쿠르트지만 이 날의 맛은 좀 더 각별했다. 내 몸 속에서 이 프로바이오틱스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 알고 있기 때문일까.
교육과 재미는 양립하기 힘든 가치다. 유익한 건 대체로 재미가 없고, 재미있는 건 대체로 해롭다. 하지만 팩토리+는 재미있게 프로바이오틱스를 공부하는 법을 어느 정도 깨달은 듯 보였다. 공장 파이프를 지나 거대한 입 안으로 들어갈 때는 나도 모르게 작년에 방문했던 홍콩 디즈니랜드의 아이언맨 연구소가 떠올랐다. 단지 함께 보이는 게 아이언맨 수트가 아니라 'D20'이었을 뿐이다.
밖에 나와 시계를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밖으로 나와서야 깨달았다. 다리가 아프다며 칭얼대는 아이도, 집중력을 잃은 채 다른 곳을 보는 아이도, 핸드폰을 달라며 떼를 쓰는 아이도 없었다. 부모들은 안다. 이게 '기적'이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