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8원→780원→760원→741원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는 '꽃게 대전'이 벌어졌습니다. 금어기가 해제되자마자 일제히 꽃게 판매에 나선 대형마트들이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인건데요.
올 가을 꽃게철의 문을 연 것은 롯데마트였습니다. 롯데마트는 금어기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21일부터 27일까지 '서해안 햇꽃게'를 100g당 992원에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홈플러스도 같은 날 오후 21일부터 27일까지 '빙장 햇꽃게'를 100g당 790원에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롯데마트의 꽃게보다 무려 202원이나 싸죠.
이마트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마트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가을 햇 꽃게' 100g를 신세계포인트 적립시 최대 60% 할인한 788원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가격에 대해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며 "대형마트 업계가 꽃게를 적극적으로 판매했던 2010년에도 '햇 꽃게' 시즌 첫 판매가는 100g당 800원 후반대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788원이라는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 강조하려는 의도였겠죠.
그러자 홈플러스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행사 시작 당일이었던 21일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100g당 780원으로 꽃게 행사 가격을 낮춘건데요. 홈플러스가 가격을 낮추자 이마트도 100g당 760원으로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이커머스 최강자인 쿠팡도 꽃게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이마트와 같은 100g당 760원에 꽃게 할인 행사를 시작했는데요. 그러자 이마트는 다시 여기에서 19원 낮은 100g당 741원으로 판매가를 더 낮췄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싼 꽃게는 이마트에서 사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지가 엿보이죠.
사실 유통업계에서 가을 꽃게를 두고 10원 단위로 계속 가격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 20일 금어기 해제 이후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었죠. 원래 지난해 8월 꽃게 행사 시작 당시 100g당 가격은 홈플러스 990원, 이마트 950원, 롯데마트 893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마트가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 가격을 880원으로 내렸고 쿠팡도 890원 꽃게를 들고 참전했습니다. 그러자 롯데마트는 가격을 871원으로 내렸습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더 싼 데 있으면 나와봐! 꽃게만큼 자신있다!"라는 제목까지 달려있었죠. 그러자 이마트가 다시 이보다 싼 864원에 팔겠다고 나섰는데요. 롯데마트는 다시 가격을 850원까지 내리며 최저가를 사수했습니다.
무조건 10원 더 싸게
유통업계의 '10원 전쟁'의 시초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1월 7일 이마트가 삼겹살·즉석밥·우유·달걀 등 12가지 생필품 가격을 최대 36% 낮추겠다고 깜짝 선언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업계 1위 이마트가 칼을 빼들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부랴부랴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롯데마트였습니다. 롯데마트는 1월 14일 "이마트보다 무조건 10원 이상 싸게 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말 그대로 '10원 전쟁'의 불씨가 여기서 시작된 거죠.
그러자 바로 다음날 이마트가 가격 인하 품목을 늘렸죠. 롯데마트는 즉각 같은 품목을 10원 이상 싸게 내놓으며 맞불을 놨습니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경쟁사 점포에 고객을 가장한 직원을 보내 가격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가격 경쟁이 가장 과열됐던 품목은 삼겹살입니다. 당시 100g당 1500원이 넘던 삼겹살은 5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납품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밑지고 팔면서까지 출혈경쟁을 감수한 겁니다. 특히 대형마트 3사의 점포가 밀집한 영등포 지역에서는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했습니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삼겹살 가격을 내리면 곧장 롯데마트 영등포점이 10원 낮은 가격에 팔고 다시 이마트 영등포점이 가격을 낮췄죠. 각 점포에서는 경쟁업체의 가격을 함께 걸어놓고 '우리가 더 싸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소비자들이 몰리며 '삼겹살 대란'이 벌어지고 했습니다.
이 10원 전쟁에서 먼저 두 손을 든 건 홈플러스였습니다. 1월 20일 지나친 가격 경쟁은 공정거래와 유통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가격을 '환원'하기로 한 건데요. 그럼에도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10원 경쟁은 계속됐습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10원이라도 싸게 팔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마트가 가격 인하를 하면 계속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요. 이마트도 경쟁사가 계속한다면 가격 경쟁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10원 전쟁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낮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는 제조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요. 많은 제조사들이 지나친 가격 인하에 손사래를 쳤고 일부 제조사의 경우 납품을 중단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이마트가 가격 인하 선언 한달만인 2월 7일 경쟁사와 가격 경쟁을 해온 22개 품목의 가격을 첫 인하 가격으로 환원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10원 전쟁도 종료됐습니다.
"내가 제일 싸"
유통업계에서 '10원 전쟁'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겹살, 꽃게, 배추, 오징어 등 계절별 주요 상품마다 대형마트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가 침체된 시기, 이커머스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에 최저가 경쟁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때로는 생산자와 협력업체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하고 가격을 왜곡해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유통업계가 이런 가격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눈에 띄는 최저가를 제시해야만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단기적으로나마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면 일시적으로 매장 방문 고객이 늘고 다른 상품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제로 최저가 경쟁이 얼마나 매출 증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각 유통업체들이 실시간으로 경쟁사의 가격을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죠. 실제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A마트에서 꽃게를 10원 더 싸게 판다고 해서 집에서 가까운 B마트 대신 A마트를 가는 고객이 많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가격이 10원 더 싸다는 점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대대적으로 할인 행사를 한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고객들이 점포에 방문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최근의 10원 전쟁은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계절별 이벤트와 소비자 유인 전략이 결합된 유통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삼겹살을 먹는 '33데이'에 삼겹살을 할인하거나, 꽃게철을 맞이해 꽃게를 할인하는 식이죠. 이번 주에도 꽃게 할인 행사가 이어진다고 하니 제철 꽃게를 즐겨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