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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빠진' 수제맥주…'새 주인' 찾기도 난항

  • 2025.11.03(월) 07:20

세븐브로이·어메이징브루잉, M&A 추진키로
우후죽순 콜라보…흥행 공식에 갇혀 경쟁력↓
인수합병 시장 위축…브랜드 정체성도 '흔들'

/그래픽=비즈워치

수제맥주 업체들이 줄줄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본질적인 맛과 정체성에 집중하기보다 협업 중심 마케팅에 의존한 사업 구조가 경쟁력을 약화시킨 탓이다. 이들 업체는 저마다 회생절차나 매각을 추진하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미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다, 경기 침체로 투자심리까지 위축된 만큼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콜라보의 덫

국내 수제맥주의 전성기를 이끈 건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의 '곰표 밀맥주(곰표)'다. 곰표는 지난 2020년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개가 팔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맥주의 과세체계가 원가 기준인 종가세에서 주류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개편되면서 수제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여기에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을 주요 판매처로 삼은 전략이 흥행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한제분이 2023년 초 상표권 계약 해지에 따라 제조 파트너를 세븐브로이에서 한울앤제주(옛 제주맥주)로 변경한 이후 세븐브로이는 급격히 흔들렸다. 2022년 32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85억원으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1억을 기록했다. 결국 세븐브로이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채 올해 6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데 이어 이달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M&A는 잠재 인수 후보를 선정한 뒤 경쟁 입찰을 거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제맥주 매대./사진=윤서영 기자 sy@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힙한 맥주'로 주목을 받았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어메이징브루잉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유통업계와 협업해 만든 '진라거', '서울숲 맥주' 등 히트 상품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콜라보 맥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이에 어메이징브루잉 역시 세븐브로이와 마찬가지로 스토킹 호스를 통해 인수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수제맥주의 거품이 빠지자,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도 판매가 부진한 추세다. 한 편의점의 올해 1~10월 기준 수제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8% 감소했다. 맥주 카테고리의 매출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불과했다.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차갑게 식었다는 뜻이다.거듭된 악재

업계에서는 트렌드 중심의 단기 흥행에 기댄 점을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4캔에 1만원'이라는 저가 프로모션이 관행화하면서 업체들은 가격을 맞추기 위해 원재료 비율을 줄이고 품질을 희생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여기에 우후죽순 쏟아지는 콜라보 제품에 따른 소비자 피로감도 누적됐다. 수제맥주의 강점이었던 '다양한 맛과 향'은 사라지고 '맛도 없고 싸기만 한 맥주'로 전락한 셈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일본 맥주가 부활한 점도 수제맥주 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맥주는 2023년 8월부터 2년이 넘도록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불매운동이 확산하던 2020년 판매량이 급감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일본 여행이 증가하면서 불매 정서가 옅어지고 현지 맛을 국내에서 즐기려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대형 주류사나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수제맥주 브랜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경기 침체로 M&A 시장이 위축된 것은 물론 수제맥주의 경쟁력이 약화한 탓에 인수하더라도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한때 전통주 업체인 국순당이 세븐브로이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함께 인수하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현재 국순당은 본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맥주 매대./사진=윤서영 기자 sy@

수제맥주 업계가 향후 주류 업계가 아닌 이종 산업에 매각되면서 고유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던 한울앤제주는 2023년 3월 자동차 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에 매각된 뒤 같은 해 11월 반도체 기업 한울반도체에 재인수됐다. 그러나 사업 시너지는 사실상 전무해 한울앤제주는 지난해 4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선 지역성과 체험형 소비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구축될 필요성이 있다"며 "단순한 편의점 유통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축제나 로컬 브루어리 투어, 팝업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브랜드를 재인식시키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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