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C뷰티(중국산 화장품)'가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뛰어난 제품력과 브랜드 전략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마찬가지로 C뷰티가 'K뷰티'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높아진 C뷰티 위상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로 들어온 중국 화장품의 누적 규모는 총 5583만1000달러(약 82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 분기 만에 작년 수입액인 3896만1000달러(약 575억원)를 뛰어넘은 수치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그동안 C뷰티의 한국 내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가격면에서는 확실한 이점을 가진 대신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소비자가 '가성비'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특히 얼굴에 직접 사용한다는 제품의 특성상 안정성과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은 C뷰티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화장품 연구원을 영입하는 건 물론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국내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의 기술력을 빌려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C뷰티의 인기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 특유의 트렌디함과 개성, 감각적인 디자인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젊은 소비층의 니즈와 맞물렸다. 이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중국에서 유행하는 '도우인 메이크업'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여행을 통한 '왕홍(중국 인플루언서) 체험'도 인기다.다른 분위기
반면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액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3분기 기준 K뷰티의 대중국 누적 수출액은 14억1287만달러로 전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 중국 브랜드의 기술력이 향상된 데다,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까지 퍼지면서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한때 중국에서 승승장구했던 화장품 대기업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비중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 3분기 전체 매출 중 중화권 매출 비중이 10.4%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은 9%에 불과했다. 이들은 과거 중국 의존도가 30%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 시장이 핵심 무대였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로컬 브랜드에게 밀렸다.
올해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11월 11일)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광군제 기간 동안 중국 이커머스 티몰의 스킨케어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둔 브랜드는 중국 '프로야'였다. 이외에 '위노나', '커푸메이', '마오거핑' 등 중국 브랜드 5개가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브랜드는 아예 순위에 들지 못했다."해볼 만한데?"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C뷰티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젊은 세대가 '브랜드 세계관', '콘셉트 경험'을 화장품 구매 요인의 새 기준으로 삼으면서 스토리텔링과 패키지 디자인에 강점을 가진 C뷰티가 자연스럽게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여기에 경험 소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C뷰티의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라워노즈'다. '화려한 공주풍'을 콘셉트로 삼고 있는 플라워노즈는 지난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과 동시에 서울 성수동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2주간 약 2만7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였다. 신제품 '스위티베어' 컬렉션 중 파우더, 블러셔 등 일부 제품은 조기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플라워노즈 외에도 다양한 C뷰티 브랜드가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 중이다. 도우인 메이크업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주디돌'은 최근 국내 공식 SNS 계정을 만든 데 이어 쿠팡에도 입점했다. 틱톡에서 화제를 모았던 'AZTK'의 블러셔의 경우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로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C뷰티 확산 흐름에 따라 국내 온라인쇼핑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모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한국 소비자가 직구한 중국 화장품은 2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9.6% 증가했다. 201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충분히 C뷰티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미풍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던 C커머스가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만큼 화장품 기업들도 시장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