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비즈人워치]CJ가 만든 '특별한' 플라스틱의 비밀은

  • 2025.12.22(월) 07:00

이은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팀장 인터뷰
석유계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 PHA
환경은 버릴 때, 성능은 쓸 때 증명
생활용품부터 산업계까지 적용 확대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바이오소재본부 응용기술팀의 이은혜 팀장이 PHA 소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CJ제일제당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은 빠질 수 없는 소재다. 가볍고 튼튼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문제는 사용 이후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또 토양과 바다에 미세플라스틱을 남겨 환경과 인체에 해를 주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업계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선보인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s)'도 그중 하나다.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저장하는 고분자 물질이다. 토양과 해양에서 분해되고 환경에 미세플라스틱을 남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PHA가 단순히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 소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은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바이오소재(Biomaterials)본부 응용기술(Application Tech)팀 팀장을 만나 PHA 기술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들어봤다.

미생물이 만든 플라스틱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만들어 낸 물질이다. 이은혜 팀장은 "사람이 극한 상황에서 지방을 축적하듯, 미생물도 당을 섭취하면 대사 과정에서 세포 안에 PHA를 축적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생분해 소재는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되거나 석유화학계 원료를 일부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PHA는 바이오 원료 기반으로 생산되며 바닷물에서도 100% 생분해된다.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CJ제일제당은 미생물이 PHA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균주를 설계·개량했다. 여기에 고순도 정제 기술을 더해 소재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 팀장은 "CJ는 30년 이상 발효 기반의 사료·식품용 아미노산 사업을 해온 기업으로, 발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맞춤 발효공학 기술을 통해 원하는 물성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생분해 소재 PHA/사진=CJ제일제당

이어 "사료 및 식품용 아미노산 사업을 통해 쌓아온 R&D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연구소에서 빨대·필름·종이코팅 등 제품별로 요구되는 가공성, 생산성, 내구성을 구현하기 위한 응용 연구를 맡고 있다. PHA는 기존 PE·PP처럼 수십 년간 산업 표준이 축적된 소재가 아니라, 이제 막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신소재다. 이 때문에 실제 제품 적용 과정에서 고객사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필요할 경우 고객사 생산 라인에 직접 방문해 공정 조건을 함께 점검하고,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한다"면서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PHA를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상업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빨대부터 인조잔디 충전재까지

PHA의 활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생분해 소재 전문 브랜드 'PHACT'를 론칭하고 다양한 제품에 PHA를 적용해 왔다.

2022년 바닐라코의 클렌징밤 용기에 PHA를 적용했다. 화장품 용기 분야에서 PHA가 상용화된 첫 사례다. 2024년에는 PHA를 적용한 비닐 포장재를 올리브영의 즉시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 상품 포장에 도입했다. 칫솔대에 PHA와 PLA를 섞은 '러듀얼 칫솔'과 PHA를 활용한 '퇴비화 종이 코팅 기술'을 개발해 '햇반 컵반' 포장재에 적용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PHA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은 '빨대'다. PHA 빨대는 석유계 소재 없이도 기존 빨대와 유사한 사용감과 내구성을 구현했다. 미국 뚜레쥬르 매장에 가장 먼저 도입된 이후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팀장은 "미국은 생분해 빨대에 대한 수요가 높아 국내보다 먼저 상용화가 가능했다"며 "현지 공급업체와 협업해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햇반컵반 제품 용기에 PHA를 활용한 '퇴비화 종이 코팅 기술'이 적용됐다./사진-CJ제일제당

생활용품에도 쓰인다. CJ제일제당은 유한킴벌리, 유진한일합섬과 함께 PHA·PLA·펄프를 혼합한 '빨아쓰는 생분해 위생행주'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생분해 위생용품에 PHA를 적용한 사례다. 그는 "석유계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은 크리넥스 브랜드로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산업계로 PHA 적용을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말 스웨덴 축구장에 인조잔디 충전재로 PHA를 적용했다. 기존 충전재는 폐타이어 기반 소재가 많아 마찰과 자외선 노출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컸다. CJ제일제당은 유럽 바이오 소재 전문 업체와 함께 PHA 기반 생분해성 충전재를 개발했다.

이 팀장은 "기존 시공 방식과 동일하게 설치할 수 있고, 선수와 코치진으로부터 탄성·볼 반응·안전성 측면에서 자연잔디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부를 바꾸진 못해도, 방향은 바꾼다"

이 팀장은 PHA 개발의 핵심 과제로 '사용성과 분해성의 균형'을 꼽았다. 그는 "소비자는 '버리면 잘 분해되길' 기대하지만, 사용하는 동안에는 '변형 없이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통과 사용 전 과정에서 내구성과 안정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성만 강조하면 분해가 어려워 규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반대로 분해 속도를 앞당기면 사용 중 변형이나 강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PHA는 수명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하프라이프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PHA 적용 부직포 원단' 샘플/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영업·연구·생산·마케팅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그는 "용도와 수명, 적용 규제를 초기 단계부터 함께 설계한다"며 "고객사와의 소통은 물론, 필요할 경우 해외 조직과도 협업해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한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규제 강화와도 연관이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31년부터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화장품 마이크로비즈뿐 아니라 인조잔디 충전재도 규제 대상이다. 그는 "섬유, 고기능성 식품, 코스메틱 패키징처럼 미세플라스틱 이슈에 민감한 산업군을 중심으로 PHA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면서 "의료용 일회용 소재, 농업용 멀칭필름, 어구·어망 등으로도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PHA가 모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도 "석유계 플라스틱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기획 단계부터 EOL(End of Life)을 고려하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PHA와 같은 생분해성 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