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강아지 캐릭터 '해리' 가족이 맞이하는 입구에 들어서자 영국 런던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을 재현한 알록달록한 거리가 펼쳐진다. 거리를 따라 걷듯 계단을 오르면 한여름 노팅힐의 카니발 열기를 닮은 다채로운 컬러의 의류들이 전시돼 있다. 동선을 따라가면 캠브리지 대학교 로잉 클럽의 배와 함께 활기차면서도 클래식한 의류들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명동의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에서 열린 '헤지스 2027 S/S 글로벌 수주회'의 모습이다.
LF는 2000년 서울에서 시작해 영국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헤지스의 26년 서사를 이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 전체에 연출했다. 옷걸이에 옷을 걸어두고 바이어들에게 제품에 대해 단순히 설명만 해주는 기존 수주회와는 다른 형태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프랑스, 인도, 러시아의 바이어들은 공간 전체를 거닐며 헤지스가 제시하는 착장과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수주회를 방문한 러시아 바이어 잉가 비치코바(Inga Bychkova) LR리테일 대표는 "마치 하나의 페스티벌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며 "지금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고 떠나고 싶어질 만큼 생동감이 넘쳤다"고 말했다.
서사 입힌 수주회
LF는 이번 헤지스 글로벌 수주회에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글로벌 수주회는 옷에 번호를 달아 옷걸이에 걸어두고 선보이는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수주회에서는 컬렉션 전체에 이야기를 담고 그 이야기에 맞는 착장을 구성해 브랜드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김훈 LF 헤지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옷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만이 아니라 어떤 분위기를 만들었을 때 더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시즌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컬렉션과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헤지스는 이번 수주회에서 단품 전시를 배제했다. 대신 플래그십 스토어의 층마다 영국 노팅힐에서 시작해 서울의 한강 요트 축제로 이어지는 서사를 담았다. 예를 들어 봄 컬렉션은 포토벨로 마켓의 컬러에서, 여름 컬렉션은 노팅힐 카니발의 열기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전시 공간도 이에 맞춰 구성했다. 가장 최상층에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H.R.C' 라인을 전시하면서 헤지스의 정체성인 영국 로잉 문화에 한강 요트 문화를 더해 공간을 완성했다.
특히 헤지스는 바이어 등 관계자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글로벌 수주회를 대중에게도 공개하기로 했다. 바이어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주회 공간 전체를 몰입형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최우일 LF 헤지스 사업부장은 "고객들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착장을 언제 입을 수 있는지 제안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K미학 입은 데님
특히 이번 헤지스 글로벌 수주회에서는 한국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헤지스의 대표 라인인 아이코닉 라인의 경우 이번 시즌 한국적인 요소인 '오방색'을 새롭게 입었다. 김훈 CD는 "영국 로잉 클럽에서 유래한 단정한 생동감과 한국 전통 오방색의 선명함을 어우러지도록 디자인 했다"며 "이 색이 한국적 정체성을 담으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색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헤지스가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컬렉션 '헤지스 블루'도 전통 문화를 더해 완성됐다. 헤지스 블루는 데님을 단순한 아이템이 아닌 '소재'로 재해석하고 무명과 쪽빛 염색 등 한국 전통 미학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바지의 실루엣에는 달항아리의 곡선에서 착안한 배럴 핏(허벅지에서 발목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좁아지는 형태)를 적용했다.
헤지스는 국가무형유산 침선장 박영애 선생과 협업한 조각보를 더한 데님 아트워크 상품도 이번 수주회에서 선보였다. 새 원단이 아니라 샘플 제작 과정에서 나온 데님 자투리로 만든 작품이다.
LF가 한국적 색채를 헤지스에 입힌 것은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한국적 스타일'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우일 부장은 "해외 브랜드와 싸울 헤지스만의 무기는 헤지스 블루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장인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가며 매장 1개 전체를 헤지스 블루만으로 채울 수 있도록 제품을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세계로 뻗는 K캐주얼
헤지스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 기준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글로벌 메가 브랜드다. 현재 중국, 대만, 베트남,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8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F는 올해도 헤지스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TD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우일 부장은 "TD 시장은 흔히 성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헤지스와 같은 글로벌 TD 브랜드는 모두 상반기 성장세를 보였다"며 "올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F는 헤지스의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오는 9월에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SOGO 백화점에 1호점을 열 예정이다. 또 2024년 진출한 러시아에도 연내에 거점 매장을 추가로 낸다는 계획이다.
안용섭 LF 해외사업부장은 "내년에는 태국, 인도, 프랑스에도 매장을 열 계획인데 가을·겨울(FW)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중동 진출을 위해 최근 현지 파트너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