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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금융]②어찌하오리까?

  • 2013.08.12(월) 08:39

ROA 1%도 안 돼…‘한국에 은행이 있긴 한 건가?’ 의구심마저
은행 주식 살만한 유일한 곳은 신한뿐…하나금융은 기대만

‘금융지주회사 모습을 갖춰 세계로 나가자’고 본격적으로 외친지도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은 여전히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 기간 금융회사에 우호적인 경영 환경은 아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해결했나 싶으니 카드사태가 났고, 이를 수습하니 유럽발 재정위기에 이어 전 세계의 경제위기가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마땅히 세계로 눈 돌릴 틈도 없었다는 하소연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도약에 성공한 곳이 있고 추락한 곳이 있다는 사실이다. 변동성이 큰 시기엔 위험 요소가 많지만, 큰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금융업 종사자들이 이런 기회를 잡는 데는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 은행은 돈을 굴리는 곳인데…

 


은행은 기본적으로 돈을 굴리는 곳이다. 예금을 받아 대출하고 주식이나 채권을 산다. 부동산 투자도 한다. 어려운 파생상품을 사서 돈을 벌기도 한다. 모인 자산을 잘 굴려 예금자에게 많은 이익을 돌려줘야 은행의 수익도 올라간다. 그래서 뻔한 예금이나 대출금리 외에 어려운 금융공학을 연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덩치는 큰데 이익은 적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모습이다.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손쉬운 영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산은 꽤 늘었는데 운용은 하지 못해 돈을 금고에 쌓아만 놓고 있다는 얘기다. 예금을 받지 않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다. 작은 땅덩어리에서 할 것이 별로 없다면 해외로라도 가나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총자산에서 당기 순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보는 총자산 순이익률(ROA)은 1%가 안 된다. ROA는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순익을 냈는지를 보는 지표다. 세계 100대 은행 중 신흥국의 33개 은행의 순위를 보면 우리는 모두 20~30위권이다. 농협은 우리나라에서 덩치라면 손꼽아주는 은행이지만 ROA 순위는 최하위다.

그만큼 자산을 제대로 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출 의존형 자산 운용 때문이다. 그것도 개인대출 위주로 짜여 있다. 이런 자산운용 패턴은 노동집약형이다. 인건비라도 싸다면 얘기는 다르다. 그러나 금융업 인건비는 다른 업종에서 부러워할 정도다. 경쟁은행들이 거리 하나를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이젠 지방의 중소도시를 가도 흔하게 보는 장면이다.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기업대출 범위로 넓혀야 한다는 얘기도 어제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여전히 게걸음이다. 나름의 핑계는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준이 낮아 대출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은 중소기업의 수준이 낮든 높든 그들의 신용을 평가할 방법을 찾아 투자하고 위험(Risk)을 테이킹하는 데서 이익을 내는 것이 주 업무이고 기본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한은행의 선전은 이유가 충분하다. 2006년부터 4대 은행의 ROA 추이를 보면 신한은행은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자산을 잘 굴린다는 말이다. 2009년부터 3년간 하나은행에 뒤집히기도 했지만, 다시 안정적인 수준으로 앞서 가고 있다. 4대 은행 중 순이자마진(NIM)이 가장 낮으면서도 이 같은 성과라면 경쟁은행들과 수준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부정하기도 쉽지는 않다.

국민은행은 전반적으로 널뛰기 ROA를 보여준다. 아마도 안정적이지 못한 지배구조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하락 속도가 가파른 것도 고민이다. 올해 일회성 충당금 적립 요인이 발생한 BCC 영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려는 크다. NIM이 아직은 경쟁 은행보다 좋지만, 긍정적인 해석보단 더 좁혀지면 큰일이라는 우려가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 주식을 사고 싶은 은행은 있나?

 

 

이처럼 은행이 은행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투자자들도 은행 주식을 사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금융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분명하다. ROE는 기업의 자본, 즉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이익을 얼마나 내고 있는가를 보는 지표다.

자기자본이익률이 10%라면 주주가 연초에 1000원을 투자했을 때 연말에 100원의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은 기업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으로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어 투자지표로 활용된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ROE는 7%는 돼야 주식을 사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최소한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내야 위험이 큰 주식을 살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 금융그룹 중 신한금융만이 이 조건을 충족한다.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도 7% 이상의 ROE를 내고, 그룹 전체적으로는 8% 이상의 ROE를 기록했다. 이 숫자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제일 나은 은행의 수준이 이렇다.

나머지 금융그룹에선 손해를 입지는 않을지언정 은행 이자만큼의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하락 속도는 우려된다.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하나금융도 외환은행과 합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지난해 결산 때 크게 곤두박질친 ROE가 아직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다만 두 은행의 점점 한 몸처럼 움직이면 하나금융 특유의 수익성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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