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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구조조정 출자규제 '암초', 산은의 선택은?

  • 2013.08.30(금) 16:19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추진 중인 금호산업 구조조정 방안이 암초를 만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전환해 금호터미널에 넘기는 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탓이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산업은행이 일차적으로 공정위와 협의해 구조조정에 따른 예외적용을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금호산업 지분을 블록세일 형태로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이나 금호그룹 다른 계열사가 금호산업 지분을 추가로 떠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 금호산업 구조조정 출자규제에 ‘발목’

산업은행은 애초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79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 CP(지분율 13.5%)를 출자전환해 금호터미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 89%에 달해 그대로 두면 상장폐지와 함께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출자전환한 금호산업 지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상호출자 규제를 위반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가지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지분을 가질 수 없다. 만약 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6개월 이내에 팔아야 한다.

그래서 이 지분을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넉넉한 금호터미널에 넘기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순환출자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금호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여서 금호산업 지분을 넘기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새 계열사를 등장시켜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면서 신규 순환출제 규제 방침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고민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출자전환 주식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탓이다. 산업은행은 일단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은 정부의 정책에 맞도록 처리하겠다면서 한발 물러났다.

다만 채권단의 금호산업 보유채권 출자전환과 서울고속터미널 매각 등 나머지 경영 정상화 방안은 그대로 유지한다. 특히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 딜레마 빠진 산업은행의 선택은?

산업은행이 일단 상호출자 해소 시한인 6개월간 금융당국을 통해 공정위와 추가 협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구조조정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엔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출연하거나 기존 주주인 계열사가 추가 증자에 참여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2가지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금호산업 역시 구조조정의 기업인만큼 부처 간 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지가 남아있다. 출자규제로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으면 공정위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방안에서 박삼구 회장에 대한 경영권 박탈을 분명하게 못박은 점도 이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예외 인정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은 금호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넘기거나 시장에서 파는 방법, 아니면 채권단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호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이 지분을 인수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금호터미널 외에는 자금력이 충분치 않고,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금호산업 지분을 추가로 떠안는 방안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결국 남은 방법은 제3자 매각밖에 없다. 주가하락 등 부작용을 고려할 때 한꺼번에 주식을 파는 블록세일 형태가 유력하다. 이 경우 과연 금호산업 지분을 살 주체가 있을지, 있다면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된다.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배임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진 않겠지만 결국 마지막 방법은 제3자 매각”이라면서 “구조조정 기업임을 고려할 때 10~20%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매수자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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