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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①순수·Bit 그리고 공유·P2P와 나눔·Open

  • 2014.01.16(목) 14:49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3부 : 비잔틴의 딜레마를 풀다

<글 싣는 순서>
3부 : 비잔틴의 딜레마를 풀다
①순수·Bit 그리고 공유·P2P와 나눔·Open
②정부의 보증 대신 ‘다수의 선택’으로
③비트코인의 시작과 끝인 마이닝
④거래 명세를 공개해 고리를 만들다
⑤정직한 다수가 항상 이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자신이 제안한 새 화폐의 이름을 왜 비트코인(Bitcoin)이라고 했을까? 어떤 일을 벌이면서 짓는 이름은 그 일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나카모토가 명확한 설명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쉬운 이름이기도 하다.

비트(Bit, Binary digit)는 컴퓨터 분야에서 쓰는 이진수의 최소 단위다. 컴퓨터의 기억장치는 모든 신호를 이진수로 고쳐 기억한다. 이 이진수에서 숫자 0, 1과 같이 신호를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가 비트다.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론 128bit 해시 함수 알고리즘을 쓰고 있다.

‘새로운 화폐’라고 자부할 시스템을 만들 정도면, 그것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컴퓨터나 프로그래밍 등에선 도가 튼 사람이다. 그들에게 정보 전달의 최소 단위인 비트는 가장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그 무엇이다. 물리학에서 물질을 이루는 불변의 최소 단위를 일컫는 ‘원소(Element)’와 비슷하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몬덱스도 초기엔 바이트(Byte)라는 이름을 썼다.

앞서 얘기한대로 비트코인의 운영 형태는 컴퓨터들의 집합인 네트워크 생태계를 갖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비트(Bit)’는 가장 근원적인 그리고 기본적이다.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가장 ‘순수’한 것이기도 하다. 나카모토가 그린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는 조그만 실마리가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은 아닐까?

◇ 네트워크 생태계의 전제 조건

인터넷이 현대인의 생활을 상당히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현대는 IT의 발전 속도와 궤를 같이한다. 1인 1 PC 시대를 지나 전 국민이 개인 전화기를 들고 다닌다. 들고 다니는 전화기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다.

퇴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우리 집의 난방기나 냉방기를 미리 켤 수도 있다.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일방적인 프로그램을 정해진 시간에 봐야 하는 시대도 저물고 있다. 이젠 내가 보고 싶을 때 어디서든 프로그램을 골라 본다. 인터넷 통신 기술이 가져온 새 세상이다.

나카모토가 그린 세상의 모습은 이런 기술의 발전을 화폐 거래시스템에 적용한 첫 사례로 보인다. 알려진 대로 비트코인은 P2P(Peer-to-Peer) 방식이다. P2P는 컴퓨터 간의 동등한 수평적 연결을 의미한다. 분산병렬형 네트워크인 P2P는 초기 인터넷 시기의 핵심 기술이자 조건으로 평가한다. 수평적인 연결망을 통해 이용자들의 자원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컴퓨팅이 P2P다.

보통 인터넷을 컴퓨터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인터넷은 서로 동등한 수평적 연결망이다. 그곳에선 대등한 참여자끼리 ‘공유와 나눔’이라는 기본 철학이 녹아 있다. 처음에 인터넷은 연구자들끼리 파일 공유와 정보 나눔을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 이런 인터넷의 철학과 핵심 기술이 P2P다.


◇ 집중•통제를 공유•나눔으로

음악 공유 서비스인 소리바다, 파일 공유 프로그램 냅스터와 비트토렌토 등이 P2P 서비스다. 네트워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가 되면서 클라우딩 컴퓨팅도 관심을 끈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클라우딩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자신의 자료를 끌어다 쓰고 다른 사람과 협업을 할 수도 있다.

네이버,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인터넷 거대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P2P 생산의 결과물을 데이터센터로 가져갈 생각이다. 데이터의 이용과 관리, 축적, 접근을 통제해 비즈니스 이익을 얻으려 한다.

P2P의 철학과는 다르다. P2P는 단순한 파일 공유를 넘어 수평적인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자원과 생각의 나눔을 확산한다. 지금 인터넷 세상에서 거대 기업들이 판을 치지만, 여전히 인터넷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P2P다.

백욱인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컴퓨터의 역사’라는 책에서 “P2P는 이용자들이 공동체를 만들도록 도와주고 협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면서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집합적인 생산방식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위키피디아와 SNS는 협업적 생산방식을 응용해 다수의 이용자 노동을 연결하고 공동의 작업 결과물을 공유하는 체제를 만든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보면 나카모토가 P2P 방식의 새로운 화폐 비트코인을 통해 제안한 것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권력과 폭력에 의해 부채를 쌓아가는 화폐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화폐 거래시스템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을 배제함으로써 지배당하지 않는, 그래서 통제받지 않는 그런 시스템인 셈이다.

나카모토는 이어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모두 공개했다. 오픈 소스란 해당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설계지도인 소스코드를 무료로 공개, 배포하는 것을 말한다. 1970년대부터 ‘자유’라는 이념을 강조해 쓰인 ‘자유 소프트웨어’라는 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카모토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실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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