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그룹이 올 3분기엔 대체로 웃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이익을 늘렸다.
신한금융은 체력은 물론 덩치 면에서도 확실한 1위로 자리매김했다. KB금융은 사상 초유의 내분사태에도 비교적 선방하면서 옛 리딩금융그룹의 저력을 발휘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필요성을 다시 절감했다. 첫 금융지주회사였던 우리금융은 우리은행과의 합병에 따라 마지막 실적을 발표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신한금융, 덩치도 체력도 모두 1등
올 3분기까지 성적표를 보면 KB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이 모두 지난해보단 나아졌다.
신한금융이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 7680억 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2위인 우리금융의 1조 3770억원보다 4000억 원 가까이 많다. KB금융이 1조 2214억 원, 하나금융이 9049억 원으로 뒤를 이었고, NH농협금융이 7080억 원으로 가장 적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이 238%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6000억 원이 넘는 법인세 효과 덕분이다. NH농협금융이 142%, KB금융이 22%, 신한금융이 13%씩 늘었다. 하나금융이 3.2%로 가장 낮았다
특히 신한금융은 올 들어 매분기 꾸준하게 5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 있다. 연간으론 2012년에 이어 2년만에 다시 ‘2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덩치 면에서도 1위를 꿰찼다. KB금융이 내분사태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렸다. 신한금융은 올 3분기 말 총자산이 401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조 원 넘게 늘면서 처음으로 400조 원을 돌파했다.
KB금융이 399조 원, 하나금융이 391조 원, NH농협금융이 313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와 함께 총자산이 58조 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계열사 매각에 나선 우리금융은 총자산이 80조 원이나 줄어든 261조 원에 그쳤다.
▲ 주요 금융그룹 올 3분기 말 총자산(단위: 조원) |
▲ 5대 금융그룹 올 3분기 누적 순이익(단위: 억원) |
◇ 공격적인 대출영업으로 이익 방어
핵심이익으로 꼽히는 이자이익 역시 신한금융이 4조 905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KB금융이 4조 7775억 원, NH농협금융이 4조 5061억 원으로 3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나금융은 3조 3421억 원, 우리금융은 3조 3270억 원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NH농협금융이 6.3%, 하나금융이 4.8%, 신한금융이 3.1% 늘어난 반면 KB금융은 2.1%, 우리금융은 0.7% 줄었다.
순이자마진(NIM)은 KB금융만 빼곤 모두 하락했다. KB금융이 2.52%로 제일 높았고, 신한금융 2.29%, NH농협금융 2.03%, 우리금융 1.99% 등의 순이었다. 하나금융은 1.93%로 최하위였다. 특히 하나은행은 1.49%에 불과했다.
주요 금융그룹은 저금리 여파로 순이자마진이 떨어졌지만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면서 이자이익을 방어했다. 특히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은 올 들어서만 10조 원 가까이 원화대출금을 늘렸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는데다, 기술금융 강화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에도 드라이브를 건 덕분이다.
전체 원화대출금은 KB금융이 192조 원으로 150조~160조 원대인 다른 금융그룹을 압도했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금융그룹이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역마진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