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올 3분기 실적은 대체로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대손충당금전입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굵직한 대기업 구조조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잇단 대출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이익을 갉아먹었다. 지난 수년간 은행들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까먹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치에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올 3분기에도 동부제철, 모뉴엘 건 등에 물려 있는 하나, 외환, 기업은행 등은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충당금전입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작년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올해들어 3분기까지의 추세를 볼 때, 남은 4분기 또 다시 대규모 부실이 터지지 않는 한 과거처럼 이익을 크게 갉아먹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이익 개선 뚜렷‥신한 여전히 1등
3분기까지의 순익을 보면 작년과 비교해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개별 은행으로는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3분기까지의 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이익증가세로는 우리은행이 1등이다.
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성장했고, 신한도 16% 늘어났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 이익도 23% 늘었고, 우리은행도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당기순이익이 무려 78%나 증가했다. 기업은행과 농협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0.7% 12.3%의 이익증가세를 보였다.
◇ 국민 신한 우리 대손충당금전입액 안정세 뚜렷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은 대손충당금전입액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까지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723억 원으로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한해 수준의 절반 정도로 떨어지며 리스크관리의 저력을 보였다. 분기별로 3분기엔 1213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7.4% 감소했다. 덕분에 3분기 은행 순익도 4301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2% 늘어났다.
국민은행도 대손충당금전입액이 한 때 2조 6000억 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1조 원대로 낮아졌고, 올해들어 3분기까지 684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70억 원보다 22% 줄어든 금액이다. 3분기엔 전분기보다 15.2% 줄어든 2061억 원을 쌓으면서 순익도 전 분기보다 24.5% 늘어난 35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감소세는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STX, 성동조선 등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거 물리면서 지난 한해 동안 2조 원 넘게 충당금을 쌓아야 했지만 올해들어선 3분기까지 6627억 원을 쌓는데 그쳤다.
농협은행의 3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도 1837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7.3% 감소했다. 누적기준으론 620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874억 원보다 10.83% 줄어들었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줄었고, 지난 2008년부터 연도별로 대규모로 쌓았던 충당금들 중 회수로 환입되는 부분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충당금 전입 규모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하나 외환 기업 '3분기에 또 물렸다'
다만 분기별로 볼 때 하나·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은 또 다시 충당금전입액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관리의 취약성을 보였다.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해 3분기 이익을 줄어들게 한 원인이 됐다.
하나은행은 동부제철 자율협약 개시로 충당금 440억 원을 쌓아야 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204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6.6% 줄어들었다. 이 은행은 1분기에도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사기로 675억 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저조한 실적을 낸 바 있다. 외환은행도 1조 원대의 허위매출을 일으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모뉴엘 건으로 24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3분기 이익은 전 분기보다 무려 47.2%나 줄어든 1320억 원에 그쳤다.
모뉴엘에 가장 많은 1508억원의 대출을 해 준 기업은행도 3분기에만 관련 충당금으로 422억 원을 쌓았다. 모뉴엘 건을 포함해 전 분기보다 39%가량 늘어난 총 3539억 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분기 이익도 2031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7%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