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 설립이 결국 금융위원회의 '뜻대로' 진행된다. 은행연합회 내부 조직으로 둘 것이냐, 외부 기관으로 만들 것이냐를 두고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있었는데, 결국 '연합회 산하기관'으로 별도 설립하기로 결론지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의 통합추진위원회가 이날 해당 기관을 은행연합회 산하기관(민법상 사단법인)으로 별도 설립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통합은 내년 3월 11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 힘 잃은 은행연합회, 조직 축소 불가피
'산하기관으로 설립한다'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카드사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태의 후속 대책으로 별도의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신용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각 업권별 협회 등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 관리 기능을 통합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국회 정무위원회는 기관 설립과 관련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운영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이 부대 의견을 두고 금융위와 은행연합회, 그리고 각 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은 이 의견에 대한 법 해석을 달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내부에 두는 것으로 해석했다. 외부 기관으로 신설할 경우 은행연합회 내 관련 조직과 인력을 분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합회 측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업무가 공적 기관 형태로 넘어가면 정부의 정보통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은행권 협회들은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내심 별도 기관 설립을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별도 기관 설립이 금융위의 '재취업'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 임종룡, 일단 '승'…재취업 자리 만들기 비판도
정무위의 부대 의견에 따라 무게추는 '은행연합회 내부 설립'으로 기우는 듯했다. 정무위 역시 지난달 "부대 의견은 별도 신설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재차 못 박았다.
그러나 별도 신설이 안 된다고 해서 꼭 은행연합회 내부 조직일 필요는 없었다. 산하기관으로 신설하는 방법도 있다. 정무위는 금융위의 주장에 따라,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을 은행연합회 내부에 두거나 산하기관의 형태로 한다'는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은행연합회지부는 13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신용정보집중기관 관련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은행연합회지부 정용실 위원장의 삭발식 장면.(사진=은행연합회) |
산하기관이 되면 은행연합회는 여전히 조직이 쪼개질 위험에 노출된다. 은행연합회 노조는 이와 관련 "산하기관은 법상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도권·감독권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해야 성립하지만, 지분 개념이 없는 비영리법인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말은 산하기관이지만 사실상 지배력은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임기 중에 조직이 축소되는 불명예를 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 입장에선 또 하나의 '공공기관' 설립이 가능해졌다. 다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경우 사실상 '낙하산 자리 만들기'를 추진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정계를 뒤흔든 '행정권' 남용에 대한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은행연합회 노조는 "금융위가 법 제정주체인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스스로 국회와 맺었던 합의마저 파기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