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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임종룡 vs 하영구 '누가 더 잘하나'

  • 2016.10.12(수) 10:47

금융권 성과주의 함께 깃발 든 임종룡-하영구
한편으로 끌어주고, 다른 한편으론 성과 경쟁

"'한다'와 '하지 않는다'가 있을 뿐 '해본다'는 건 없다." (2016년 1월 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범금융 신년인사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연초 '거친 금융개혁'을 예고하면서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했습니다. 그냥 '해보는' 게 아니라 무조건 '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겁니다. 이 약속 때문일까요. 숱한 불법과 무리수 논란에도, 어느새 금융개혁의 상징이 돼 버린 성과연봉제를 무조건 도입'한다'면서 지금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임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하 회장은 마치 임 위원장과 경쟁이라도 하는 듯 더 강한 성과연봉제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총파업으로 맞선 노조와의 '강 대 강' 구도를 지속했고, 앞으로도 그 구도가 쉽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수장이 이렇게 성과연봉제 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애초 취지는 퇴색하고, 소통 없는 충돌만 남았습니다.


◇ 다른 권역보다 강한 성과제 도입한 임종룡

임 위원장은 어느 정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성과 연봉제 도입을 관철했습니다. 비록 불법과 무리수 논란을 일으키며 급하게 도입하긴 했지만, 일단 면목은 세웠습니다.

그는 특히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강도 높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실력'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르면 준정부기관이나 기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 비중은 20%까지 두면 되지만, 금융위는 30%에 맞추도록 했습니다.

임 위원장이 아슬아슬하게 임무를 마친 뒤, 다음 타자가 나서야 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민간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 바통 터치 하영구, 임종룡 안보다 '더 강하게'

그래서 등판한 사람은 바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입니다. 금융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은행연합회장에 오른 하 회장은 확실하게 충성을 보여줬습니다.

하 회장의 임무는 '민간의 자발적인 도입'을 유도하는 것인데, 그의 의지는 임 위원장보다 더 높았습니다. 하 회장은 임 위원장이 관철한 금융공기업 가이드라인보다 더 강화한 성과연봉제 방안을 내놨습니다. 같은 직급의 연봉을 최대 40%까지 차등화하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입니다.

하 회장은 노조와의 '강 대 강' 국면도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앞서 금융공기업들은 사용자협의회 탈퇴라는 강수를 뒀는데, 은행들 역시 같은 수순을 밟으면서 소통 없는 대결 국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3일 총파업에 이어 내달 2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금융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당시 문제가 됐던 '이사회 의결'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에도 나설 전망입니다. 내년 대선 정국에 맞춰 야권과도 연합하고 있어, 전선은 정치권으로 확대할 기세입니다.

◇ 미국 웰스파고 사태 해석 '한목소리'

두 수장은 성과 경쟁과 함께 찰떡 공조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웰스파고 사태와 성과연봉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금융노조 측은 웰스파고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성과연봉제로 인한 불완전판매였고, 이에 따라 웰스파고 측도 목표할당제를 없애기로 했다면서 공세에 나섰습니다. 성과연봉제의 폐단이 확실하게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은행연합회 측은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새로운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지, 성과연봉제 폐지 발표는 없었다"며 "웰스파고 사태는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관리·감독 및 경영 실패 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는 앞서 임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한 주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임종룡 vs 하영구 2차전…'누가 더 잘하나'

두 수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결 구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신설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을 은행연합회에 둘 것이냐, 외부 기간으로 만들 것이냐를 두고서입니다. 하 회장의 초반 기선 제압에도 불구하고 결국 승리는 임 위원장이 거머쥐었습니다. 
관련 기사 ☞ 임종룡의 뒷심? 신용정보기관 설립 '역전승'

이번 대결은 누가 이기냐의 싸움보다는, 누가 더 잘하느냐의 싸움인 듯합니다. 이미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더 강한 성과주의 방안을 들고나와 더 큰 반발을 부른 것이나, 일단 도입부터 하겠다면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그렇습니다.

웰스파고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보상체계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기존 보상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데요. 결국, 성과연봉제는 어쩌면 도입 여부보다는 합리적인 평가시스템이 우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임 위원장과 하 회장은 임금 격차를 얼마나 두겠다는 식의 생색내기용 '기준'에만 매달려 성과 경쟁에만 골몰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 어디에도 웰스파고 사태의 교훈을 제대로 되새기려는 '여유'는 보이지 않은 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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