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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외국 자본을 대하는 태도

  • 2015.07.16(목) 11:03

[국경 없는 금융]④
전 세계가 자국 금융산업 보호 조치 강화 추세
윈윈전략 필요한 때..외국자본 활용방안 고민

#질문 1.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팔고 떠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본국인 미국에서 은행을 살 수 있을까?

#질문 2.
우리나라 은행은 중국에 가서 은행을 살 수 있을까?


대부분이 알다시피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노(NO)'다. 그 얘기는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는 너무 쉽지만, 우리가 나가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모펀드에 은행을 내줬다. 정작 론스타는 사모펀드여서 본국인 미국에선 은행업을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외환은행의 미국 지점을 폐쇄하거나 일반 법인으로 전환해야 했다.

중국 금융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은행을 사는데 사실상 법적 제약은 없다. 안방보험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고 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가 중국에서 은행을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계은행은 중국 은행의 지분을 20%까지만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외환위기의 원죄

우리는 IMF 구제금융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거치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시장의 문을 활짝 열게 됐다. 자율적인 개방이 이뤄졌다면 좀 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윤창현 시립대 교수는 "OECD에 가입하면서 자본자유화가 됐고, 바로 외환위기가 이어지면서 자본시장 개방이 급속히 이뤄졌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투기적 자본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은행을 어쩔 수 없이 외국자본에 넘겨주는 등의 일련의 과정과 경험을 거치면서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가 꼭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제조업 기반의 생산적인 자본과 기술이 들어오는 것과 달리 펀드 등의 금융자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선 그 어느 나라도 '어서옵셔' 식의 반응은 아니라는 것이다.

◇ 다른 나라는?

이런 정서는 상대적으로 금융이 덜 발달한 곳에서 더 짙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먼저 자본시장을 개방했던 나라를 반면교사 삼아 자본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계획경제체제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전면개방 대신에 단계적으로 개방, 실리를 챙기면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어떠한가. 한때 문을 활짝 열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외국계은행이 현지은행의 지분을 40%밖에 인수할 수 없다. 현지은행을 추가로 인수하면 제한적으로 50% 이상 허용해준다.

신한은행이 지난 2012년 말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하고도 2년 넘게 현지 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2년여만인 지난 4월 승인이 떨어졌고, 당국의 요청대로 신한은행은 최근 현지은행 센트라타마내셔널뱅크(CNB)를 추가로 인수했다. 


우리은행이 현지은행인 소다라은행과 통합해 출범한 우리소다라은행은 현지법인장에 우리은행 출신이 아닌 현지인을 앉혔다. 이 역시 현지 감독 당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이사회 내 외국인 비율을 제한하고, 외국인이 인도네시아 은행에서 최대 3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은행에 근무하는 외국인 수도 제한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몇 년내 주재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옥외광고


◇ 금융선진국은 다른가?

자국의 금융산업을 보호하는 이런 조치는 금융선진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영국처럼 돈이 나가고 들어옴이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에서도 인가를 내줄 땐 해당 금융회사의 모국에서 했던 행위, 즉 제재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 재무건전성 등을 사전적으로 꼼꼼히 따진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영국 건전성 감독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외국계 은행 지점이 영국에 진출할 때 인가 전제조건으로 소매금융업을 수행할 경우 파산에 대비해 질서 있는 정리를 위한 정리계획 보유 여부와 이 정리계획이 영국의 금융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립됐다는 본국 감독 당국의 확약 여부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후 미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외국계은행에 요구하는 전제조건 등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미국도 외국인이 은행업을 할 때는 이사의 일정 수를 자국민으로 둬야 하는 등의 국적 제한을 두고 있다"고도 말했다.

◇ 윈윈 전략으로

이제 와서 벽을 쌓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상호호혜주의 원칙을 강조하다. 참으로 교과서적인 표현이긴 하다. 국제 무역에서 양국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이익을 주고받는 원칙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윈윈 전략을 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입장에서 어떤 외국자본이 들어와야 경쟁을 촉진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가갈 수 있는지 등 외국자본을 활용하고 또 어떤 관리체계로 가져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것이 경제논리이고 금융정책 차원의 접근이다. 외국자본에 대해 과거보다 건전성, 적격성을 엄격하게 따져볼 필요성이 커진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는 민간 자본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여전히 외국자본을 있어야 하는 나라다. 과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의 상황도 그랬다. 당시 국내 은행들은 아무도 외환은행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결국, 외국자본에 넘겼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론스타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면 큰 리스크를 안고 들어온 것이고 그 결과로 차익을 남겼다. 이를 경제적인 논리로 비판할 수도 없다. 철수하는 과정에서의 여러 논란에 대해선 법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적인 관점에선 외국자본이 들어오거나 혹은 돈을 벌어 나가는 과정에서 금융선진국들이 그러하듯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 혹은 건전성 문제, 아니면 금융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국가별로 규제수준을 맞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우리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할 수 있도록 개방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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