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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끝)

  • 2015.07.17(금) 10:54

[국경 없는 금융]⑤
"중국·일본 자본진출, 경계보다 전략 분석을"
전략적 제휴·상호주의 등 활용도 가능

"우리 금융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다. 금융사 매물이 나왔을 때 외국 자본이라고 배척하는 것은 현재 상황으로 보나, 국제법상 의무사항으로 보나 할 수 없다."(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등 최근 부쩍 적극적인 외국 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 우려에 대한 질문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뻔한 말이지만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사 인수합병(M&A)을 막는 방법은 대주주 적격성이라는 명분 외에는 딱히 없다.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판단도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셈이다.

 



◇ 그러나 여전한 '마음의 벽'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있다. 서양 자본이 주춤한 사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계 자본이 증권과 보험업은 물론 은행권까지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사례가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최종 인수 승인을 하면서 국내 첫 중국계 보험사가 탄생했다. 일본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도 관심을 끌었다.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은 법적으로 활짝 열려 있지만, 심리적인 벽은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990년대부터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서양 자본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선진화'라는 명분 덕택에 오히려 긍정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이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데다가, 론스타 트라우마까지 겹치면서 '금융 선진화'에 대한 환상은 실망과 두려움으로 대체됐다.

최근 두드러진 중국과 일본계 자본의 경우 두 나라에 대한 역사적인 경계심까지 더해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본도 국적에 따라 여론의 반응이 다르다"며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벽은 업종에도 존재한다. 아시아계 자본의 진출이 보험과 증권업계까지 이뤄졌지만, 은행의 경우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인 듯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외국 자본의 진출을 막을 길은 없지만,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며 "증권이나 보험과는 다르게 국가 기간산업으로 여겨지는 은행권의 경우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 시선을 넓히면 보이는 길

심리적인 벽은 실체가 없어서 상황에 따라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들이 대거 외국계로 넘어간 것도 저축은행 사태 탓이 크다. 갈 곳 잃을 매물을 외국계 자본이 인수하는 경우도 많다. 4번이나 실패한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의 경우 이미 안방보험이 노크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매각이 지연될 기미가 보이자 중국 자본에 넘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음의 벽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면 한국이 갈 길도 보인다. 우선 중국과 일본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그렇다. 중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좁게 보면 한국 금융시장만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이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 시장 전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러한 움직임에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자국내 영업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증가했다. 대형 은행의 해외 부문 이익이 전년 대비 평균 2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덕분이다. 연구소는 "국내보다 앞서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이하였던 일본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도 은행들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해외진출 필요성 증대로 중국은행들의 해외사업(자산 기준) 비중은 2009년 말 6.2%에서 2014년 말 11.6%로 증가했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정책 추진 효과 등에 힘입어 중국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순영 자본시장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유니버설 뱅크들의 아시아 사업 축소 및 철수는 새로운 해외진출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며 "이를 일본 중국 등의 금융회사들이 잠식하고 있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 해외 진출 위한 역발상

국내 진출을 늘리고 있는 나라들이 아시아 국가라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볼 필요도 있다. 국내 금융사의 진출국이 아직 대부분 아시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상호주의 관점에서 서로 파이를 키우는 윈윈 게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네가라인도네시아은행(BNI)의 서울지점 설립은 상호주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지난 4월 내려진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은행 인수 허용 결정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주혁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는 지난달 대만 푸본생명보험이 2대 주주가 된 것과 관련, "현대카드가 GE의 지분 투자를 통해 급성장했던 것처럼 푸본생명의 자본과 노하우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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