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고객의 전유물이었던 은행 자산관리 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관리 서비스가 은행의 새 수익원일 뿐만 아니라, 고객을 사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서비스로 여겨지면서다.
은행들은 저금리 탓에 거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소액 예금자도 이탈할 조짐이 보이자,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등으로 고객 전략을 손질하고 있다. 1억 원, 5000만 원 등 자산관리 대상 기준을 확 낮추고 관련 인력과 조직 확대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 일반 점포에서도 자산관리 서비스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 16개의 '신한PWM 라운지'를 새로 열면서 자산관리 서비스 대상 기준을 자산 1억 원으로 낮췄다. 기존에는 PWM센터를 통해 3억 원 이상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일반 점포 고객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신한은행 측은 일반 점포 VIP 고객들이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달라고 계속 요청해 고객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역시 올해 들어 '스타테이블 라운지' 8곳을 새로 열었다. 신한과 마찬가지로 금융자산 1억 원 이상 고객이 주요 타깃이다. 기존 PB센터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일반 점포 VIP 고객으로 확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2011년에 스타테이블 라운지를 선보였는데,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30대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5000만 원 이상에서 2억 원까지의 고객군(씨티 프라이어리티)을 서비스 대상으로 새로 지정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기존에는 1억 원 이상 10억 원 이하 고객을 '씨티골드'로 정해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고객군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확대한 셈이다.
같은 외국계 은행인 한국스탠타드차타드(SC)은행 역시 올해 4월부터 수신고 기준 1억 원 이상 등으로 고객군을 넓혔다. 우리은행의 경우 부동산, 세무 관련 컨설팅 서비스 대상을 중산층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 직원 교육·조직 확대 안간힘
이처럼 자산관리 서비스 영역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은행들은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 채용 및 교육에 나서는 등 전열을 다지고 있다.
PB영역의 강자로 평가받는 KEB하나은행은 이번 달 통합은행으로 새로 출범하면서 자산관리부문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산관리그룹 내 '행복노하우사업본부'를 신설했고, 직원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함영주 행장은 "하나은행이 강점을 가진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해 전 직원의 PB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WM사업단 내에 WM상품부를 신설해, 자산관리 상품을 개발하고 컨설팅을 지원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상품개발 전문가와 자산관리 컨설팅 전문가를 새로 채용했다. 신한은행 역시 증권 부문 경력직을 채용하며 상품 설계 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은행 점포도 자산관리 등 고객 상담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오는 11월 서울 반포 지역에 선보이는 '스마트골드허브' 지점이 대표적이다. 이 점포는 직원의 상담과 자문이 딱딱한 공간이 아닌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지도록 설계했다.
◇ 관건은 수익 모델 창출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오는 10월 계좌이동제가 본격화하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은행 이동이 잦아지면, 경쟁이 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이런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수익 창출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산관리 서비스 사업은 점포 개선은 물론 전문 인력 운용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관리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부분 은행은 현재 자산관리 서비스와 관련해 판매수수료에 기대고 있는데, 자문 서비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투자 자문이나 상담서비스의 무료 제공을 당연하게 여기는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문화로 수익이 금융상품 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수수료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