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금융지주회사 체제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이 28일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전부 사들이면서다. 삼성생명은 이로써 삼성카드의 1대 주주가 됐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 삼성카드 지분 매입…71.7% 보유
삼성생명은 이날 이사회에서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37.45%를 모두 사들이는 안건을 의결했다. 여기에 300만 주 규모의 자사주(전체 주식의 1.5%)도 매입한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은 매각설에 시달렸던 삼성카드 주가가 연초 지속해서 하락해 이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삼성생명 측은 설명했다. 어쨌든 삼성카드로서는 한숨 돌렸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34.41%를 보유한 2대 주주였는데, 이로써 71.68%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생명은 앞서 지난 2013년에도 비금융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카드 지분 매입을 "보험과 카드 사업의 시너지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중심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삼성증권 지분 매입 시 지주사 요건 충족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현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갖춘 1대 주주여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을 30% 이상 보유했지만, 1대 주주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1대주주다. 삼성화재 지분의 경우 자사주를 포함하면 31%가량 보유하고 있어 요건을 충족한다. 삼성증권의 경우 자사주 포함 19.85%로,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선 추가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모든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금융지주로서의 요건이 충족된다. 삼성증권의 지분율만 끌어올린다면 금융지주 설립의 사전 정지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는 것을 막고 있다. 대신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반 지주회사 밑에 또 다른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둬 주식 보유를 통해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비금융사 지분 매각도 난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7.21%를 가지고 있는데, 12조 원에 달하는 이 지분을 팔 곳이 마땅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