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어려운 고비를 넘어섰다. 이 부회장은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은데 이어 이번 합병을 통해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성공함에 따라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합병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반대 주주들의 반응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재용 부회장, 합병법인 통해 그룹 지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 높아지게 된다. 합병 법인이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 위치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 지분 1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히 합병법인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간접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높이게 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제일모직 지분 23.2%를 통해 승계를 대비해 왔다.
하지만 직접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은 0.06%,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삼성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를 축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합병법인은 기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본인 지분율이 줄어든 대신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 지배력을 높이는 결과가 된 셈이다.
합병법인이 2대 주주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까지 감안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11%가량을 간접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거나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할 경우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 단단해질 전망이다.
◇ 공식승계 시점 주목..주주소통 강화해야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삼성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 부회장은 이미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물려받았고, 최근 메르스사태에 대해 그룹을 대표해 사과하기도 했다.
사실상 그룹 경영자로서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합병이 성사된 만큼 회장 직함의 공식승계 시점만 남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제기된 외국인 투자자들이나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에서 70%에 육박하는 찬성표를 이끌어냈지만 이는 엘리엇의 공격 이후 내놓은 주주친화정책과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얻은 결과다. 소액주주들이 합병반대 연대를 만들어 엘리엇을 지지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경실련에서는 이번 합병과정과 결과에 대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대표이사 명의로 내놓은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병을 계기로 주주 여러분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며 "반대 의견을 주신 주주들의 뜻을 겸허하게 새겨듣고 앞으로 소통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